노조·자금확보·KCGI…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까진 ‘첩첩산중’

[헤럴드경제 = 이정환 기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드디어 첫발을 뗐다. 하지만 순항하기까지 여러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KCGI 측이 한진칼을 상대로 낸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일단 대한항공은 인수 무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노조 갈등과 자금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남아있다.

▶통합항공사 순항까지 과제 산적 = 통합 항공사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인수 마무리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첫 난관은 KCGI다. KCGI는 이미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하며 '반격'을 준비 중이다.

KCGI가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을 임시 주총 안건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주총에서 무산될 가능성은 작지만, KCGI 측 이사가 선임된다면 이사회에서 인수 문제가 재논의될 수 있다.

KCGI는 지난 20일 임시주총 소집을 한진칼에 청구했지만, 현재 임시 주총 소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한진칼은 절차에 따라 주총 소집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조와의 갈등 해결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인수 발표 직후부터 '노동자를 배제한 합병'이라며 인수를 반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고용안정을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노사정 회의체 구성을 요구했다.

반면 대한항공 조종사를 제외한 직원 약 1만2000명이 소속된 대한항공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조는 인수 찬성 의사를 밝혀 노노갈등까지 불거진 상태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대화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대한항공도 고용 안정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자금 확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유상증자와 산은의 투자를 통해 확보하더라도 단기차입금 등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가 5조2000억원에 달하는 점은 부담이다. 인수 이후 커진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유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한항공은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칸서스·미래에셋대우를 왕산레저개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인천 영종도의 레저 시설인 왕산마리나를 운영중인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인 항공종합서비스가 운영 중인 공항버스 사업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다만, 대한항공 자구 계획의 핵심인 송현동 부지 매각이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지연되는 점은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내년 6월까지는 매각을 완료해 4500억~5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서울시는 계약 완료 시점을 정해놓지 않고 있다.

두 항공사 통합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뿐 아니라 외국 정부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이 내년 6월께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면 공정위가 독과점 가능성, 아시아나항공 회생 불가능성 등을 검토해 7월께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정부가 항공사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공정위가 기업 결합을 불허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항공업 특성상 해외에서 기업결합 승인이 불허되면 통합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대한항공, 이달 아시아나 인수 계약금 3000억원 지급 =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법적 부담을 덜어낸 대한항공은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2일 산은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5000억원을 한진칼에 납입하고, 3일 한진칼은 3천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다. 한진칼은 즉시 산은으로부터 투자받은 80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대한항공은 이달 4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계약금 3000억원을 예치하고, 이달 말 3000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를 취득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고, 아시아나항공에 중도금 4000억원을 지급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에서 조달한 8000억원을 신주로 상환한다.

내년 6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잔금을 납입하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

인수 절차가 본격화되면서 산은과의 협의에 따라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한국공항 고문은 항공 계열사 경영에서 배제된다.

이르면 올해 안으로 조 전무는 한진칼 전무와 한진칼 자회사인 항공·여행 정보 제공업체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에서 사임한다. ㈜한진의 마케팅 총괄 전무와 부동산 관리업체 정석기업 부사장직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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