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정준칙 단군이래 최악…지표 0.97로 IMF위기 대비 3배↑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스스로 약속한 재정준칙을 벌써부터 어길 위기에 처했다.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나랏돈을 이렇다 할 원칙 없이 쓴 탓이다. 최소한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은 재정준칙이라도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일 내년도 재정건전성 지표를 기획재정부의 재정준칙 한도 계산식에 대입한 결과 0.97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47.3%)과 통합재정수지 비율(-3.7%)을 반영한 수치다. 올해 본예산 기준 0.33보다 무려 0.64나 증가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에도 0.3에 불과했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엔 0.25에 그쳤었다. 단군 이래 최악의 재정건전성 수준을 기록 중인 것이다.

당초 지난 8월 말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정부는 국가채무는 94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기준으로 재정준칙 지표는 0.94였다.

그러나 그 이후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면서 7조5000억원의 채무가 추가로 누적됐다. 이번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선 3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여야가 내년 예산을 2조2000억원 순증시키고 이를 빌려오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직접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는 956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올해 본예산 기준 당시 국가채무는 805조원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151조원이나 폭증하는 셈이다.

재정준칙 한도 계산식은 해당 연도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구할 수 있다. 결과값이 1보다 작거나 같으면 준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번엔 재정준칙 한도인 1을 넘지 않았지만 내년 중 코로나19 4차, 5차 대유행이 나타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 경우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 요구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때는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서고 준칙 한도도 넘어설 수 밖에 없다.

물론 이번과 같은 코로나19 경제위기는 재정준칙 적용 면제 상황에 해당된다. 정부가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국가재정법 개정안에는 코로나19 위기에 준하는 경제위기 등이 발생했을 땐 준칙 한도를 넘어서도 된다는 예외규정을 뒀다.

그럼에도 정부가 약속한 재정건전성 한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준칙 면제 규정을 둔 것 자체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재정준칙이 법제화되지 않고, 코로나19로 재정준칙이 면제된다고 해도 최소한 정부 자체적으로 통합재정수지 -3% 등 준칙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관리재정수지 대신 통합재정수지를 지표로 삼아 느슨한 재정준칙을 만들었으면 이를 지금부터라도 최대한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재정준칙을 준수하기 위한 자기 구속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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