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청구 간소화, 의료계 반발로 또 불발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진료 후 병원에서 곧바로 실손의료보험 보험금을 전산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윤창현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통과에 합의하지 못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사회적 여론수렴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계속심사를 결정했다. 의사협회가 법안 저지를 위한 투쟁도 불사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개정안은 당초 정기국회 내 논의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으나, 이날 국회 본회의 전(前) 정무위 법안소위가 추가심사에 나섰다. 하지만 당적에 관계없이 정무위 법안소위 의원 간 의견이 엇갈렸고, 결국 이달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임시회기를 기약하게 됐다.

이 법안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을 받아 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게 해 가입자의 편의와 이익을 증진하고 보험업계의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상품이지만 보험금을 청구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한 뒤 보험사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 때문에 소액인 경우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10년 전부터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그 때마다 의료계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청구 간소화에 극도로 부정적이다.

고 의원이 다시 발의한 법안은 의료계의 반발을 고려해 심평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전송 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또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윤창현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여야 합의 처리 기대감이 고조됐다.

의료계는 그러나 법안소위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1월 4일 성일종·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을 찾은데 이어 30일에는 같은 당 윤창현 의원을 면담했다.

최대집 회장은 이 자리에서 ▷보험사-환자 간 계약과 무관한 제3자인 의료기관 의무적 서류 전공의 주체 부당성 ▷의료기관의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 ▷환자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보험사의 가입자 질병정보 취득 용이로 인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가입·갱신 시 불이익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논리를 펼친 것으로 알려진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특별한 상황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당분간 다시 논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상임위 배정이 바뀌는 21대 국회 후반기에나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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