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X비 환상케미 ‘JYB’…이를 통해 본 JYP라는 이정표

새해 첫 날 ‘아침마당’(KBS1)에 ‘희귀한 그림’이 연출됐다. 한복 차림의 박진영과 비가 긴 팔다리를 쭉쭉 뻗으며 신곡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두 사람이 출연한 ‘아침마당’은 12.1%(닐슨코리아 집계)의 시청률을 기록, 최근 30회차 시청률 중 최고 성적을 썼다. 지난 4일엔 ‘가요무대’(KBS1)에 출연해 심수봉의 ‘미워요’와 신곡을 불렀다. JYB(JYP+비) 직전 무대는 하춘화가 꾸몄다. 국내 대표 성인가요 프로그램에 K팝을 이끄는 가수가 출연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14년 만에 다시 만난 박진영과 비의 활동은 ‘파격’과 ‘이색 행보’의 연속이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흔히 고연령대의 시청자가 본다는 편견이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은 보다 폭넓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하는 흥미로운 마케팅 전략이자 유연한 홍보 활동”이라고 봤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의외의 발상이자 엉뚱한 기획이 재미를 주고 있다”고 했다.

박진영과 비는 지난 달 31일 신곡 ‘나로 바꾸자’를 발표, 본격적인 듀엣 활동을 시작했다. 비 스스로가 이야기한 것처럼 ‘현존하는 남자 솔로가수 1번(박진영)과 2번(비)’(유튜브 채널 시즌비시즌 中)의 만남. 농담 섞인 어조였으나 이견을 달 사람은 없어 보인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하는 남자 가수들의 ‘화려한 조우’다.

만남의 발단은 비의 유튜브 채널 ‘시즌 비시즌’이 계기가 됐다. ‘깡’ 역주행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비가 팬들과의 ‘소통 창구’로 개설한 채널이다. 모든 판은 비가 깔아놓은 셈이다.

채널이 정착하기 전 ‘초대손님’ 격으로 출연한 박진영은 비와의 ‘환상 케미’를 자랑했다. JYP의 손을 거쳐 ‘월드스타’ 타이틀도 달아봤고, 남자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40대를 눈앞에 두고도 ‘스승’ 앞에서 ‘은근히’ 눈치 보는 비의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두 사람이 협업은 ‘시즌비시즌’ 구독자인 ‘꾸러기’(채널 구독자 애칭)들의 열렬한 요청에 대한 화답이다. 비의 부탁으로 첫 출연 당시 건반 앞에 앉아 즉석에서 채널 로고송을 만들어내는 박진영의 모습에 ‘꾸러기’들이 홀딱 반했다. 비의 녹음 과정에서 보인 스승님의 혹독한 트레이닝도 향수를 불러왔다. “비의 다음 앨범은 박진영이 작업해 대박 난다”는 ‘성지순례’성 댓글도 달렸다. 두 사람의 듀엣명 JYB도 댓글에서 태어났다. 채널의 구독자는 98만이지만, 이 영상은 현재 660만을 기록 중이다.

두 사람의 협업은 만남만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소속사 수장과 소속가수의 ‘계약’ 관계는 한 지붕 아래에서만 ‘긴밀’한 모습을 보인 것이 일반적 사례였기 때문이다. 가요계의 많은 기획사와 소속 가수들은 재계약이 틀어지고 기존 소속사를 떠나는 과정에서 분쟁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유독 달랐다. 정민재 평론가는 “원더걸스와의 결별 과정에서의 모습이나 지난해 유빈(원더걸스)이 자신의 회사를 차릴 때 조언을 구하는 모습, 선미나 비와의 컬래버레이션이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규탁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JYP의 경우 과거 소속 가수와도 유연하고 열린 태도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봤다.

다시 만난 두 사람은 박진영의 전매특허 장르로 대중 앞에 섰다. “바비 브라운, 자넷 잭슨에 대한 애정이 깊은 박진영이 정통한 장르”(정민재 평론가)인 뉴잭스윙이다.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반 유행한 뉴잭스윙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대중음악에서 큰 트렌드로 자리한 레트로 붐의 연장선이다. 이 교수는 “선미와의 ‘웬 위 디스코(When We Disco)’나 비와의 ‘나로 바꾸자’ 등 흑인음악에 기반한 디스코 복고 스타일의 시도는 지난 몇 년 사이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흐름이 되고 있는 레트로를 세련되게 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박진영의 행보는 국내 대중음악계에선 흔치 않은 모습이다. 가수 비는 물론 현재의 트와이스 있지 니쥬에 이르기까지 ‘한류의 선봉’에 선 제작자로서 JYP는 익숙하나, 솔로 가수로서도 꾸준히 보여주는 ‘음악적 열정’은 박진영이라는 이름에 남다른 존재감을 불어넣는다. 1993년 데뷔해 이미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지만, 그의 전성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진영의 강점은 ‘열린 시각’과 ‘젊은 감각’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 주저함이 없고”(이규탁 교수), “젊고 트렌디하며, 그 시대에 맞는 음악”(정민재 평론가)을 보여준다. 시류를 간파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방송 출연 때마다 그는 “60세까지는 춤과 노래가 늘 것 같다”며 “60세엔 최고의 무대를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박진영이 걸어온 길과 나아가는 길은 가요계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가요계에선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의 음악세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어느 시기를 지나면 트로트와 같은 성인가요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라며 “박진영은 50세가 넘어서도 댄스음악을 하면서 한국 음악 시장이 가진 가수의 연령에 대한 편견과 제한, 고정관념을 사라지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봤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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