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여가톡톡]“소박한 삶, 소소한 일상” 최별 PD의 직장인 브이로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골치 아픈데 시골에 가서 한번 살아볼까” 도시 사람들이 한번씩 해봄직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귀촌·귀농하다가는 실패하기 쉽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사점이 될만한 사례가 하나 있다.

전라북도 김제에서 4500만원 짜리 폐가를 사 리모델링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와 그 곳 지역살이를 유튜브 브이로그 채널 ‘오느른’에 담고 있는 MBC 최별 PD다. ‘오느른onulun’은 ‘오늘은 어때?’라는 일상의 의미로 붙인 제목. ‘오늘을 사는 어른들’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115년 된 초갓집에 황토를 바르고 오렌지색 지붕이 올라오며 깨끗한 집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과 백일홍을 심고 텃밭을 가꾸며 이웃사람들과 소통하는 ‘초보 시골러’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큼직한 네모 창밖으로 보이는 김제평야의 모습은 평화로움과 안정감을 준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이 콘텐츠는 7개월이 지난 현재 25만5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58개의 동영상이 업로드돼 있다. 인기 유튜버가 된 이유를 묻자 최별 PD는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때 별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곳의 생활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은 서울 생활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울에서 도망치듯 오면 안된다. 천천히 알아갈 수 있는 시간과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경험해보지 않은 걸 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이 곳에서 알게되고, 앞으로도 새로움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최 PD의 소소하고 느리고 소박한 삶은 도시인들에게 위안을 준다. MBC 시사교양 PD인 만큼(현재 소속은 MBC 디지털 크리에이티브센터 내 ‘M드로메다 스튜디오팀’) 콘텐츠를 다루는 솜씨가 역시 남다르다.

깔끔한 앵글과 차분한 편집, 배경음악까지 세련된 일상 다큐를 유튜브로 보는 것 같다. 성격이 싹싹하고 씩씩한 최 PD의 소통력도 크게 한몫한다. 그러니 이웃들도 잘 도와준다. 95살 할아버지도 ‘동네 친구’다. 그와 복숭아를 함께 먹으며 대화하는 장면에선 정감이 느껴진다. “늙으면 아프기나 하고 쓸모가 없다”고 말하는 이 친구에게 꽃차를 내놓는다.

최 PD는 로컬 콘텐츠로 재택근무하며 전라북도와 ‘상생’까지 하고 있다. ‘오느른’은 최근 전라북도의 제철 농산물인 남원 김부각, 무주의 찰옥수수, 부안의 자연산 바지락을 활용한 제철음식을 요리하는 콘텐츠를 제작해 일주일만에 4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별 PD의 지역에서의 삶은 코로나 시대 라이프스타일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복잡한 서울 생활을 하다 사람이 별로 살지 않는 지역으로 가면 소통이 끊어질 것을 걱정하지만, 최별 PD는 자신의 소소한 삶을 살면서도 콘텐츠 제작이라는 직장 생활을 영위하고, 지역과 소통까지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합친 최 PD의 디지로그 생활이 젊은이에게 매력으로 다가온 듯하다.

김제에서 소박한 삶과 소소한 일상을 살며, 이웃과 교류하고, 그 콘텐츠를 제작하며 업무로 인정받아 월급을 받고 있는 최 PD는 “방송에서 보여주는 지역살이는 1회성 체험, 흉내내기지만 '오느른'은 진짜 해보는 거다”고 말했다. 그래서 올해 도전해볼 김제평야에서 직접 벼농사를 짓는 장기 아이템도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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