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능통한 중국계 USTR대표 지명자, 중국에 엄포

중국계 미국인 캐서린 타이 미 USTR 지명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USTR 대표가 된다.[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내정된 캐서린 타이가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중국 경제에 대해 “정치적 다원주의나 민주적인 선거, 여론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앙의 설계자들로부터 지시를 받는다”고 12일(현지시간) 말했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무역 관련 최고 전문가로서 대중국 무역 정책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며 중국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 내정자는 이날 미국 무역업계 단체인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를 상대로 한 화상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무역 관련 최우선 순위에는 중국과의 대결 문제가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백악관 직속인 USTR은 미국의 통상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USTR 대표는 미 통상 분야 최고위직에 해당된다. 그는 미국은 현재 중국과 경직된 분위기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경계심을 드러냈다. 과거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강하게 압박하며 전략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의 이번 연설은 USTR 대표 내정 이후 처음 이뤄진 것이다. 만약 의회의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유색 인종으로 미 USTR 대표에 오르는 최초의 인물이 된다.

중국어에 능통한 그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USTR에서 중국 문제 전문 변호사로 근무했다. 이어 미 의회 보좌진을 거쳐 가장 최근에는 미 하원 세입위원회의 에서 수석 무역 고문을 지냈다. 이 과정에서 미 민주당 의원들과 트럼프 정부 간의 협상에 있어 막후 실력자로 활약했다.

그는 중국과의 문제는 무역 관행상 일어난 문제라면서 지난해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미 의회의 초당적 지지 속에서 이행하는 것도 새 정부의 우선 순위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 관행이라는 것은 미국의 통상 정책이 일반적인 미국인들에게 득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무역 관행은 사람을 소비자로만 보지 않고, 그들을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의미로, 타이 신임 대표 역시 통상정책 측면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거라는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앞서 지난 1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현 USTR 대표는 미국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트럼프 정부 통상 정책의 근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한 타이 지명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USMCA에 대해 민주당 지지를 확보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USMCA는 향후 기존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게 된다.

미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USMCA가 앞으로 바이든 정부 통상 정책의 기준이 될 거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이 협정으로 인해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증가하는 등 국내 일자리가 늘어나고, 강한 규제를 통해 근로자 권익 보호나 환경 보호도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는 이날 연설에서 “USMCA에는 근로자 권익과 환경 보호를 위한 조항을 최초로 담은 협정”이라면서 “이 협정이 발효되면 오랫동안 상처 받았던 일반 근로자들의 문제를 풀어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은 더 이상 수입품 가격을 최저로 낮추는 데만 골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미국의 통상 정책은 근로자 보호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역설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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