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부재 ‘초유의 사태’….사법리스크 수렁 속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국내 1위 기업의 총수 부재 사태가 현실화하며 삼성에 ‘잃어버린 10년’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 측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회삿돈으로 뇌물 8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는 2019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에 대해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에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갈 길 바쁜 삼성 입장에서는 향후 더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6년 11월 이후 전례를 찾기 힘든 수사와 재판 상황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부회장의 경우 그동안 검찰 소환조사와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각각 10번, 3번 받았다. 특검에 기소된 이후 재판에 출석한 횟수도 무려 80여 차례가 넘는다.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하거나, 해외 정상 또는 기업인과 만나 사업 협력을 논의한 날보다 법정에 선 날이 더 많았다.

여기에 검찰은 그동안 삼성그룹에 50여 차례 압수수색을 했고, 전·현직 임직원 110여 명을 대상으로 430여 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다.

경영권 승계 문제 관련 또다른 재판도 곧 시작된다. 삼성물산 불법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한 내용이다. 기존 국정농단 사건과 비교하면 사안이 훨씬 복잡하고 증거기록도 방대하다.

법조계에서는 최종 대법원 선고까지 최대 5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두 재판의 기간을 더하면 최대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사법리스크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제계 고위 관계자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최근 삼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면서 “시장 선점은 고사하고 자칫 기회 상실로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낙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계와 학계에서는 사법 리스크 장기화로 인해 이 부회장의 리더십 부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기존 삼성이 구성하고 있던 ▷180조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 ▷133조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육성 등 초대형 사업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규모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인수·합병(M&A) 작업도 사실상 멈춰선 지 오래다. 삼성은 2016년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6000억원)에 인수한 뒤 눈에 띄는 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 측은 이날 선고와 관련 말을 아끼는 가운데서도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까지 별도 공식 입장을 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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