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차인표’, 고착화한 그의 이미지 무너뜨리기

20210119000705_0[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터프가이 이미지를 인기가 떨어지고도 버리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극 중 차인표와 현실의 차인표가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지를 보는 게 웃음 포인트일텐데, 이 점을 극대화시킬 스토리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럼에도 차인표가 얘기했듯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문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새로운 코미디 장르물을 만난 것 같은 신박한 기획은 이번 작품의 미덕이다.

“영화 ‘차인표’는 코미디와 더불어 인간 마음 굴레에 대한 조명이다. 한 달 촬영한 저예산 영화다.”

차인표는 4년전 거절한 제의를 최근에야 받아들여 영화를 찍었다. 이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영화의 처지와 현실은 괴리가 있었다. 굳이 차인표가 영화속으로 들어가 자발적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해 거절했다. 4년후 수락한 이유도 그때와 똑같다. 나의 정체가 못마땅했다. 4년후에도 여전한 것을 보고 이 영화를 통해 변신을 꾀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차인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영화가 재미있을까. 왜 선택했나”라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톱스타중 고착화한 이미지라 희화화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분노의 양치질 같은”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고착화’의 의미를 좀 더 부연설명해 달라고 했다. “작품을 하고싶은데 안들어온 게 가장 큰 부분이다. 나아가 들면서 주연 자리가 안들어온 건 당연한데, 지난 4~5년동안 작품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배우가 작품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이뤄나가는 직업인데, 작품을 고를 수 있는 게 가장 행복하다. 다른 이유가 아니고 나의 고착화된 이미지 때문이라 생각하고 변신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차인표는 이미지가 고착화된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제대후 10년은 영화를 많이 했다. 그후 주업은 안하고 컴패션 봉사활동에 주력했다”면서 “예능 ‘힐링캠프’를 하니 이미지가 한 쪽으로 쏠렸다. 40대 중반 연기하려고 했더니 옛날처럼 복귀가 안됐다. 또 연예인 부부다 보니 그와 관련 소식으로 많이 소비됐다. 그래서 더욱 이미지가 고착됐다”고 전했다.

어렵게 섭외된 배우 차인표는 이번 작품에서 지루할 정도로 알몸으로 계속 누워 있어야 한다. 힘들지 않았을까?

“이번 작품에 대한 호불호 반응을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저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 김 감독이 허구와 현실이 모호한 세계를 만들고, 그 자신이 생각한 차인표를 만들어왔다. 내가 선택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이건 아냐’ 하면 다큐지, 영화가 아니다. 저도 이해하지 못하고 만족을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김 감독이 해석하는 차인표라는 의미를 존중한다.”

‘차인표’라는 영화를 통해 배우 이미지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을까 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듯 했다. 그의 마음속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연예인은 외부 상황이 부여하건 자신이 했건 어떤 식으로라도 포장이 되기 마련이다. 좋은 점, 보여주고싶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저도 그렇다. 하지만 이걸 깨기 위해 영화에 출연한 것이다. 작품을 통해 이미지를 조절하고 변신하면 가장 좋지만, 그런 배우는 소수다. 많은 배우가 주어진 작품에 만족해야 한다. 그럼에도 변신하기 위해 마지막 이미지를 조금이라도 붙잡으려는 마음, 하나라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공감된다. 구출될 때 뭐라도 입고 나오려는, 그런 마음을 끝까지 비워내는 게 어려웠다. 하지만 정치 공천 얘기는 나랑은 너무 다른 부분이다.”

오랜 기간 ‘바른생활 사나이’, ‘젠틀맨’, ‘터프가이’ 이미지로 살다보니 힘든 일도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는지도 궁금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는 이미지, 다시 말해 살다보니 나에 대한 거대한 이미지가 있더라. 이 이미지를 지켜내기 위해 한 행동은 소소한 것부터 작품 선택까지 다양하다. 차인표는 바른생활 사나이니까 ‘나가서 다른 행동하면 안돼’ 하는 생각이 깔려있다. 나는 배드신 한 번 안한 몸이다. 이게 배우가 할 말은 아닌데, 스스로 통제했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살다보니 이미지를 더 공고히 만들었고, 직업적으로 더 정체됐다. 그런 게 힘든 부분이다.”

영화 제목이 ‘차인표’다 보니 보는 사람도 실제 차인표와 극중 차인표를 혼동할 수 있다. 어떤 점은 비슷하고 어떤 점은 다를까

“현장에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후배들에게 함부로 하지 않고, 나이 젊은 조 감독님께도 끝까지 존댓말을 했다. 그건 내가 노력한 부분이다. 작품속과 가장 비슷한 모습은 ‘갇힌 곳에서 혼자 못나온다는 점’이고 다른 점은 ‘성격이 급해 어디 갇혀서 기다리는 것은 못한다는 것’이다. 나같으면 별 고민 안하고 얼른 나왔을 것이다.”

차인표는 인터뷰에서 배우, 이미지, 진정성이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차인표가 생각하는 ‘배우의 진정성’이란 무엇일까?

“말하는 것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를 공감해주는 것이다.”

차인표는 “실제 차인표의 상황이 극중 무너진 건물에 갇힌 배우보다 더 극한이라 생각한다. 배우가 일이 안들어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영화의 상황처럼 꼼짝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마이클 키튼이 ‘버드맨’으로 성공해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과 같은 그림을 꿈꾸는 것일까?

차인표는 “27년전 ‘사랑을 그대 품안에’ 처럼 계속 주인공을 하고싶은 게 아니라 작품을 즐겁게 하고 싶다”면서 “사람들은 나의 전성기를 27년전이라 생각하시겠지만 나는 오늘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 살고, 사랑할 수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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