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저항세력으로 내몰린 기재부

국가 경제의 컨트롤타워로 나라곳간지기 역할을 해오던 기획재정부(사진)가 이른바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있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곳간에서 돈을 더 빼 쓰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기재부는 이를 저항하는 세력으로 간주돼 여권 대권 유력 후보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하면서 총력전을 펼쳐왔는데도 되레 욕을 먹으면서 허탈하다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인지 과거 행정고시와 연수원 성적 상위권만 지망해왔던 기재부가 신입 사무관 부처 지망에서 정원 미달이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를 향해 자영업 손실보상제에 대한 법적 제도 개선을 공개 지시하는 과정에서 기재부의 내부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가 기재부를 개혁 저항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허탈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고 비난하고 “무소불위 기재부의 나라”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한 데 이어 정 총리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됐다.

유력 대권후보들과 나라 재정을 담당하는 곳간지기 기재부 간의 이 같은 대결구도는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더 심화하는 경향이 있다. 곳간을 열어 돈을 쓰는 것이 유권자의 인기를 얻기 쉬운 방법인 반면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해 이를 말려야 하는 곳간지기는 어느 누구에게도 칭찬 받기 어렵다.

1년여에 걸친 코로나19 국면을 타개하고자 살인적인 업무강도를 감내해왔던 기재부 직원들은 여권 핵심부로부터 이런 비판을 듣자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기재부는 지난해 총 310조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 4차례 추경을 편성했다. 낮과 밤, 주중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삶이 1년간 이어지면서 30대 사무관이 뇌출혈로 쓰러지기도 했고 국·실장급 병가자가 속출했다.

기재부는 ‘일에 생활을 갈아 넣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서기관·부이사관 등 승진은 여전히 타 부처보다 몇년씩 느리고, 최근에는 조달청과 관세청 등 외청장 자리도 외부에 내주면서 고위급 인사 순환도 적체돼 있다.

기재부가 2020년도 신임 5급 공무원들의 부처 지망 순위에서 새만금개발청과 함께 꼴찌를 기록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국가 경제의 콘트롤타워로서 행정고시 1등이 앞다퉈 지원하던 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수습 사무관 정원조차 채우기 어려운 형편이다. 힘의 중심이 청와대나 여당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무력해지는 공무원 사회의 상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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