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0대 기업 중 200여곳 적자…IMF 이후 최대치”

CXO연구소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2019년 기준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상장사 중 영업적자를 본 회사는 200곳 수준으로 지난 1996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 규모도 2018년 대비 반토막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28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68조~73조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000대 기업 영업이익 규모를 통해 산출한 전망치다. 지난해 1000대 기업의 상반기 영업이익 규모는 44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1000대 기업 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48조9000억원(2016년), 65조8000억원(2017년), 75조7000억원(2018년), 47조6000억원(2019년) 수준으로 움직였다. 당해 연도 1000대 기업 영업이익도 89조5000억원(2016년), 129조원(2017년), 138조2000억원(2018년), 78조9000억원(2019년)으로 반기 때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1000대 기업에서 올린 반기 영업이익은 당해 연도 내실이 전년대비 오를지 내릴지를 미리 예측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적자를 본 기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때 1000대 기업에서 영업적자를 본 기업 숫자는 195곳이나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경영 실적이 더 좋지 않은 곳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적자를 볼 기업은 200곳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영업적자를 본 기업 숫자도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많을 전망이다. 이전에는 IMF 외환위기 절정기인 1998년에 1000대 기업 중 187곳으로 영업적자를 본 기업 숫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는 IMF 때보다 더 많은 기업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얘기다. 지난해 영업적자 기업 숫자는 2017년(94곳)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총 영업이익 규모도 과거 대비 쪼그라들었다. 앞서 2018년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138조원으로 1996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지난해에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2018년 당시 국내 1000대 기업 영업이익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당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3조원으로, 10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 중 31.6%나 차지했다.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이다.

이듬해인 2019년 10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40% 정도 쪼그라진 78조원으로 낮아졌다. 영업이익률도 5.2%로 이전해 2018년 10.7%보다 크게 낮아졌다. 내실 경쟁력이 나빠진 상황에서 지난해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을 맞이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쳤다는 진단이다.

영업이익 감소로 지난해 1000대 기업의 당기순이익도 40조 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96년 이후 1000대 기업에서 올린 최고 당기순이익은 지난 2017년에 기록한 106조원이었으나 2019년에는 54조원으로 반 토막 났다.

오일선 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작년 한해 국내 1000대 기업 중 적자를 본 회사도 크게 늘고 내실도 이전보다 나빠진 곳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1000대 기업 중 일부 회사는 위기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올 상반기에 인력과 사업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어 비용을 최대한 줄여 생존을 모색하려는 몸부림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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