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밑천’ 미국 ‘블루칼라’, “계속 늘고 있다”

지게차 운전자가 미 텍사스주의 한 물류창고에서 제품을 운반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에서 육체 노동 종사자를 일컫는 ‘블루칼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전역에서 주택 건설, 택배 배송, 창고 관리 등 블루칼라 직종에 종사하는 인원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이전 수준을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의 고용률을 지난달 말 회복한 뒤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주택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건설 현장의 일손이 부족한 상태이고, 온라인 주문이 폭증해 이를 처리하는 물류창고에서는 시간 외 근무가 당연시되고 있다. 택배 물량 증가로 화물트럭 수요도 크게 늘어 화물트럭 제조사는 임금을 최근 7% 올려 채용설명회를 여는 등 구인난 해소에 나서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주택 수요가 높았고, 온라인 주문도 활발해 블루칼라 직군 채용이 가속화된 것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또한 경제학자들과 업계를 인용, 앞으로도 증가세는 완화되겠지만 상당 기간 블루칼라 종사자 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추세는 향후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마무리되고 소비 성향이 비대면에서 대면으로 전환되더라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블루칼라가 증가하는 주 요인으로는 온라인 주문의 빠른 배송 요구, 수요 확대로 인한 부동산 시장 가열 등이 꼽혔다.

미 보험회사 네이션와이드뮤추얼인슈어런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빗 버슨은 “블루칼라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물류센터 관리는 더 중요해질 것이고, 건설 현장 중에서도 주택 건설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계속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분야 호황 전망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초저금리 유지 기조에 따른 것이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단기 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낮췄고, 이런 기조를 당분간 게속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1980년~2000년대 출생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들이 주택 부동산 시장의 주요 구매자로 가세해 수요 확대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으로 미국에서 재택 근무가 정착되면서 외곽의 넓은 주택으로 이사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현상이다. 팬데믹 이후 재택 근무 양상이 완화되기는 하겠지만, 그 골격은 유지될 전망이다.

주택 건설업체들은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당분간 채용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건설업계는 팬데믹 직후 인력 감축이 시작됐지만, 지난해 5월께부터 다시 채용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 건설업계 고용률은 지난해 2월 대비 1% 높은 상태다.

지난해 경기 악화로 집을 잃은 36세의 매튜 린치는 지난해 9월 일자리 소개업체 굿윌을 통해 주택 건설업계에 임시직으로 취직해 지난달 정규직원이 됐다. 그는 지금 콜로라도주에서 목장 등이 있는 농가주택 건설 분야의 책임자가 됐다.

지난달 콜로라도주에서 집을 구매한 그는 시급 19달러의 급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발로 뛰는 일을 하면서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자리 채용 공고는 1년 전과 비교해 25.6%가량 늘었다. 요가 바지, 에어프라이어, 식료품 등을 배달하는 택배 업무 일자리 역시 두 자릿수로 뛰었다. 전체 일자리 채용공고는 지난해 대비 3.9% 올랐다.

애초 블루칼라 노동자 확대는 팬데믹 당시 온라인 주문 급증에 따른 것이었다. 택배 분야 기술업체 피트니보우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9%가 온라인 쇼핑을 한다고 답했고, 56%가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온라인 쇼핑을 할 거라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39%만이 온라인 쇼핑을 한다고 답했었다.

온라인 쇼핑 활성화로 물류센터 운영 방식도 크게 변화했다. 과거에는 제조사에서 중간 물류회사로 보내면 고객이 이를 찾아가야 했지만, 지금은 고객 집으로 바로 배송된다.

택배업체 맨파워그룹 탈렌트솔루션 의 멜리사 하셋 부사장은 “앞으로 제조사와 고객 사이에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기 때문에 이를 분류하고 운반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봄 직장을 잃은 요리사 트렌턴 윌리엄스는 지게차 자격증을 딴 뒤 물류창고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물류를 이 트럭에서 저 트럭으로 올리고 내리는 일은 고객들이 좀 더 빨리 물건을 받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일하면서 나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중순 연휴 기간에 엄청나게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 내내 일했고, 시급 21달러를 받는 시간 외 근무도 하게 됐다. 그가 매주 벌어들이는 돈만 1100달러에 달해 요리사로 일할 때보다 임금이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는 앞으로도 물류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윌리엄스는 “이쪽 분야는 일자리가 없는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블루칼라 종사자들을 채용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수백만명이 일자리를 오히려 알아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젊은 층에서 지게차 운전 등의 일자리를 찾는 경우는 더더구나 없는 실정이다.

화물 트레일러를 아마존, 월마트, 페덱스 등에 공급하는 그레이트 데인 같은 화물용 트레일러 제조업체에서 블루칼라 지망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 발령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자 화물 트레일러 주문이 급증했고, 그레이트 데인은 바쁜 나날을 보냈다. 이 회사는 9개의 제조공장에서 인원을 늘릴 계획으로, 20~25%를 충원할 예정이다.

그레이트 데인의 부사장 브라이언 세이지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화물 트레일러 수요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을 깨달았기 때문에 다시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당분간 아주 열심히 일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공장에서 인원을 가급적 빨리 충원할 것이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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