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각오한 미얀마 시민들…팔뚝에 혈액형·연락처·’엄마 사랑해’

미얀마의 쿠데타 군부정권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22일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 기차역 앞에 모여 주먹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연일 거리로 향해 엄청난 인파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이 팔뚝에 연락처나 혈액형, 가족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 등을 적어 비장한 결의가 전해진다.

‘혈액형 B, 긴급연락처 000-0000-0000, 엄마 사랑해’라고 쓰는 식이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지난 22일 미얀마 전역에서 진행된 ’22222(2021년 2월22일을 의미) 총파업’ 시위에 참여하기에 앞서 일부 시위대가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처 등을 적은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한 시위 참가자의 팔뚝에는 ‘엄마, 사랑해’(Love you Mom)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다른 사진에는 ‘엄마가 쿠데타 규탄 시위장에 나가는 아들의 팔뚝에 혈액형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고 있다’는 설명이 달렸다.

이들이 이토록 비장한 결의를 하고 시위에 나서는 이유는 앞서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9일 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뇌사 상태에 빠졌던 카인(20·여)이 19일 시위자 중 최초로 사망했다. 이어 군경은 20일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실탄 등을 무차별적으로 쏴 최소 2명이 숨지가 30여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한 같은 날 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민간 자경단 한 명이 경찰의 총격으로 숨졌다.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군경이 시위 주동자들을 야간에 납치하는 사례가 빈발하자, 주민들이 자경단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현지 네티즌들 역시 “미얀마 시위대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부상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또는 심지어 죽을 때를 대비해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번호를 적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네티즌은 SNS에 관련 사진들을 공유하며 “이는 우리 국민이 총파업에 얼마나 용감히 맞서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도 “미얀마 국민들이 얼마나 쿠데타에 대항하는 의지가 단호한지 보여준다”고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전 세계인들이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혈액형과 긴급 연락 번호)를 적어 줄 때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라고 물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가슴을 울리는 사진”이라고 했다.

미얀마 군부는 ’22222′ 총파업 전날 ‘인명 피해’를 언급하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 향후 시위에서 유혈 진압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승해 문민정부에 힘이 실리자 선거에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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