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초 접종 ‘한 달’ 뒤 일일 신규확진자 7만명으로 급증…‘방심신호탄’ 된 백신 [백신접종 D-1]

제주도민에게 접종할 코로나19 백신(3900회분)을 실은 1t 냉동탑차가 25일 오전 제주시보건소에 도착했다. 25일 국제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영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6만8053명에 달했다.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1월 24일 1만1299명에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뒤 최대 신규 확진자 수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백신접종 시작 후 한 달’이 방역의 최대 고비로 점쳐지고 있다. 세계최초로 백신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접종비율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도, 백신접종 한 달 뒤 팬데믹이 거세지는 역설을 막지 못했다. 백신보급이 시작되는 우리나라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영국 옥스퍼드대가 운영하는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 23일 최소 1회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맞은 국민 비율이 52.4%를 기록했다. 통상 2회인 완전 접종을 마친 비율도 36.4%에 달한다. 그럼에도 같은날 확진자 수는 3571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7일에는 8624명 확진자가 발생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나타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9월 27일 6276명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후 방역에 성공해 11월 내내 1000명 이하로 확진자 규모를 관리했다. 확진자 수가 치솟기 시작한 것은 백신도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예방접종이 시작된 지 약 한 달 뒤인 1월엔 지난해 9월 대유행 때보다도 더 큰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이스라엘 백신도입 일은 지난해 12월 19일(신규확진자 2442명)이고, 최대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한 날은 지난달 1월 17일이다. 백신도입이 방심 신호탄이 되는 역효과를 막지 못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8일 세계최초로 백신을 도입하며 ‘브이데이(V-Day)’라고 자축한 영국도 마찬가지 현상을 보였다. 정확히 한 달 뒤 전례없이 거센 재유행을 겪었다. 국제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영국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6만8053명에 달했다. 백신접종이 시작된 날인 12월 8일 1만2282명에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뒤 최대 신규 확진자 수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문가들은 백신으로 인해 확산이 거세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앞서 “백신 접종률 70%를 달성해야 재생산지수가 2인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급계획대로 올해 하반기는 돼야 어느정도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은 “올해 말이나 돼야 어느정도 안심할 수 있다”며 “일상으로 완전한 복귀는 어려울 것이고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경란 대한감염협회 이사장은 “백신도입 때문에 확진자 수가 늘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지만, 백신도입 이후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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