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르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전, ‘5조’ 몸값도 오르나 [언박싱]

이베이 미국 본사.[이베이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오연주·이세진 기자] 지난달 공식화된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을 둘러싸고 유통업계의 물 밑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거래액으로 쿠팡, 네이버쇼핑과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계 3강 구도를 형성한 이베이코리아는 인수만 해도 단숨에 업계 선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매물이다.

5조원의 추정 가치를 두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IPO(기업공개)를 추진하며 55조원으로 평가받는 쿠팡의 가치를 볼 때 이베이코리아 역시 충분히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거래액 20조원, 3강 구도 형성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 미국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추진하며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최근 투자안내서를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의 지난해 매출은 13억9000만달러(한화 약 1조 3000억원)로 전년대비 12.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0% 이상 성장한 850억원에 달한다.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한 흑자업체로, 2005년부터 16년 연속 흑자다.

매출 측면에서는 10조원대가 넘는 쿠팡과 1조원대 이베이코리아의 덩치 차이가 크다. 그러나 이커머스업계 기업가치를 거래액 기준으로 평가, 계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지난해 추정 24조원)과 이베이코리아(20조원)의 차이가 크지 않다. 거래액으로만 따지면 네이버쇼핑, 쿠팡과 함께 ‘20조 클럽’ 3강 구도다.

약 161조원 규모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4%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이슈가 있지만,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을 볼 때 인수를 두고 계산기를 안 두드려본 유통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지난해 미국 이베이 본사가 매각을 공식화하기 전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 몸값을 2조~3조원대로 봤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거래가 급활성화되며 눈높이가 올랐고, 매각 측은 최소 5조원대 이상을 희망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SI와 FI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 열려 있어

업계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5조원이라는 금액은 국내 유통업체 등 전략적투자자(SI)와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단독 베팅하기에는 적지 않은 금액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하며 통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SI가 최종 승기를 잡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기존 유통업체들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그 때문. 증권가에서는 쿠팡이 상장 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다.

현재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카카오와 롯데그룹 등 대기업 SI다. FI 중에서는 동북아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참전 가능성도 언급된다.

IB업계 관계자는 “MBK파트너스 역시 보유 포트폴리오인 홈플러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면 SI의 성격을 띈다고 볼 수 있다”며 “단독으로 조단위 베팅은 쉽지 않은 탓에 SI와 FI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55조원에 달하는 경쟁사 쿠팡의 기업가치 평가가 큰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한 IPO 기업가치 산정 전문가는 “각 플랫폼 사업모델에 맞춘 적정 밸류에이션을 찾고자 하지만 쿠팡 상장 바람을 타고 이베이 뿐 아니라 대다수 플랫폼 업체 밸류에이션이 덩달아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베이코리아, 협력과 제휴로 경쟁력 높여

이베이코리아는 매각가를 두고 흑자나 규모 외에 경영효율성 측면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성장성이 정체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단골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 In) 전략도 일찌감치 시행해 지난해 스마일페이 사용자가 1500만명, 스마일클럽 회원은 300만명에 달한다. 직매입을 통한 수익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쿠팡과 달리 이베이코리아는 입점업체들이 내는 이용료만 해도 매출 1조원이 넘는다.

배송, 상품소싱 능력 등 오픈마켓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것들을 메우기 위해 이베이코리아가 꺼내든 것은 ‘협력’ 카드다. 물류는 CJ대한통운에 전량 위탁하고, 이베이코리아 자체적으로 물류관리시스템(WMS)을 개발해 배송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했다. 2015년부터 오프라인 유통업체 홈플러스, GS더프레시, 롯데슈퍼와 손을 잡고 당일배송서비스도 개시했다.

상품 측면에서는 브랜드 본사와의 협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는데 지난해 특히 패션 브랜드 거래액이 5년 전과 비교해 4배(311%) 급증했다. 지난해 G마켓·옥션에 직입점한 프리미엄 패션브랜드사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최대 11배 증가하며 ‘윈윈’했다.

이베이코리아 정산시스템.[이베이코리아 제공]

특히 이베이코리아는 구매가 확정된 다음날 판매대금을 지급하고, 배송 완료 후 7일 이후 2영업일내 대금을 정산해주고 있다. 빠른 정산은 중소규모 판매자 자금회전에 중요하기 때문에 최근 이커머스업계의 정산일수를 앞당기는 법안까지 나올 정도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는 입점업체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즉시 정산을 해주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며 “오랜 기간 경쟁기업과 협력하고, 판매자들과 상생하며 큰 잡음없이 사업을 이어온 것도 무형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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