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는 도우면서 농민은 외면?…기은 고배당에 농협은행 배당제한 논란 가열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기업은행이 지난해 배당성향을 29.5%로 결정하면서 금융당국의 배당자제 권고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손실에 대비해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성향을 20%로 제한하면서, 정책금융기관은 제외했다. 그러나 농협 조합원들에게 배당이 돌아가는 특수성을 가진 NH농협지주는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하면서, 농민들은 오히려 예년보다 배당금이 1500억원 이상 줄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전날 이사회에서 보통주와 우선주 1주당 471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3729억원으로, 지난해 기업은행 별도 당기순이익 1조2632억원을 감안하면 배당성향은 29.5%다. 배당금 총액과 배당성향 등은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지분 59.2%를 가진 최대주주 기획재정부가 가져가는 배당금은 2208억원이 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특수은행으로, 중소기업 정책지원에 나선다. 금융위는 이 같은 특수성과 손실 시 정부가 보전한다는 이유로 기업은행을 포함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은 배당을 순이익의 20% 내에서 실시한다는 권고안에서 제외했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논리라면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가진 NH농협금융도 특수성을 감안해 예외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배당금이 조합원인 농민에게 지급되기 때문이다. 실제 NH농협금융은 금융위 관계자들을 만나 배당제한 예외적용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735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1조7796억원 대비 437억원 줄었으나, 국내 금융지주 4위에 달하는 규모다.

배당성향 20%면 배당금 3471억8000만원으로, 전년 배당성향 28.1% 배당 총액 5000억원을 감안하면 전년대비 1500억원 이상 줄게 된다. 배당제한으로 농협조합원들, 즉 농민들은 1500억원 가량의 수익기회를 잃게 되는 셈이다.

농협중앙회가 농협법에 따라 NH농협금융에서 걷는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 본연의 사업인 농업인 및 농촌 지원 등에 쓰인다. 줄어든 배당을 농업지원사업비를 더 걷어 충당할 수 없다.

일각에선 농협금융이 지난해 결산 배당성향은 20%로 제한하는 대신 올해 중간배당으로 부족분을 메꿀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배당결정은 31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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