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내분’ 종결…막강 ‘K-배터리’ 글로벌 웅비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네럴모터스(GM)의 합작회사인 얼티엄셀즈가 미국 오하이오주에 2022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아래쪽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1공장은 2022년, 2공장은 2023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티엄셀즈 홈페이지·SK이노베이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소송 분쟁이 2년 만에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면서 주춤했던 ‘K-배터리’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선방했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해외 경쟁사들의 거센 공세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가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중국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섰고,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 고객사가 밀집한 유럽마저 ‘배터리 독립’을 선언하며 K-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 순위에서 중국의 CATL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중국계 기업들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막후에서 분위기 전환을 모색하며 양사 분쟁의 종식을 이끌어 낸 것도 이 같은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사는 소송 리스크를 떨쳐내면서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열을 가다듬고, 선제적인 투자와 성장전략 수립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지난 달 미국 시장을 겨냥해 2025년까지 5조원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북미 시장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 SK이노베이션과의 합의로 2조원을 받기로 하면서 투자 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에 미시간 공장을 가동 중이며 올해 상반기까지 최소 두 곳 이상의 추가 생산기지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오하이오주에 35GWh 규모의 합작1공장도 건설 중이다. 1공장과 비슷한 규모로 합작2공장도 추가로 지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소송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미국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조지아 공장에 현재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한 SK이노베이션은 2023년까지 총 3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조지아 1공장은 2022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3년 초 2공장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해야 할 금액은 현금 1조원, 로열티 1조원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10년에 걸쳐 로열티 1조원을 분할납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조원 규모의 합의금 지출을 병행해야 하지만 재무구조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성장재원 마련과 친환경 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 SK루브리컨츠(윤활유)와 SK종합화학(석유화학) 지분 일부 매각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약 3조원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울러 상장을 앞두고 있는 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구주 매출로 최소 1조원, 페루 광구 매각으로 1조20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수주한 물량의 매출액이 집중되는 2025년까지는 로열티 지출액이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해외 생산기지 확장 및 투자재원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고 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국 밖에서도 중국계 기업들의 공급 확장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 환경이 앞으로 더욱 험난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업들은 성장 전략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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