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달이 뜨는 강’의 주체적 평강 캐릭터와 메시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달이 뜨는 강’은 평강공주와 온달장군 이야기를 담은 사극이다. 그런데 온달을 실존인물이 아닌 동화속의 인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바보온달’이라고 해서 그런게 아닐까 한다.

‘달뜨강’은 삼국사기 열전에 기록된 온달전을 기반으로 허구가 가미됐다. 평강공주(김소현)는 매우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캐릭터로 설정됐다. 살수-평민-공주로 단계적 변신을 하며 활동 폭도 굉장히 넓은 인물이다. 냉철하면서 갈등하는 다크 히어로 면모도 있고, 귀신골에 가면 서민같은 느낌도 난다.

평강은 온협(강하늘)의 유언에 따라 칼을 들기 싫어했던 온달(나인우)의 조련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적 감정과 공적 업무를 혼동하지도 않았다. 평강이 고추가 고원표의 장님인 엘리트 군인 고건(이지훈)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치적인 관계와 무술사부와 제자로서의 관계, 남녀로서의 관계 등에서 평강의 처신은 롤모델로 삼을만하다. 평강이 공주가 된 후에는 지속적으로 담대한 개혁가로서의 모습을 지닌다.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삼국사기 온달설화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데, ‘기승’은 사실상 온달 이야기가 아닌 ‘평강설화’에 가깝다”고 말한다. 사학자 문일평도 평강이 주인공이고, 온달이 조력자라고 했다. 온달전은 활동적인 평강에 대한 남편의 외조(外助)가 돋보인다는 뜻이다.

고구려라는 우리의 실제 역사속에 평강공주라는 순종적이거나 의존적이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존재했다는 사실은 현재성을 확보하기에 충분하다. 이는 로컬(지역성)과 글로벌(보편성)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소재로도 매우 적합하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당시 왕족인 공주가 평민인 온달과 어떻게 결혼할 수 있었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도학 교수는 “온달을 몰락한 귀족으로 보는 학자도 있다”면서도 “고구려 왕권이 귀족들에게 휘둘린 경향이 있다. 그래서 능력 있는 평민 출신인 온달 같은 사람을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세력으로 영입하지 않았겠느냐고 해석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달뜨강’에서도 평원왕(김법래)은 계루부 고추가 고원표(이해영) 일당에 의해 왕권이 계속 위협받는다. 그래서 온달은 신진세력으로 분류된다.

온달전은 동화처럼 시작하지만 일관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평강공주가 어린 시절 자꾸 우니까 아버지 평원왕은 바보온달에게 시집을 보낸다고 농을 했다. 평강이 16살때 상부 고씨의 아들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평강은 “필부도 식언하지 않는데, 일국의 왕이 식언을 해서 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는 것. 평강이 결국 궁을 뛰쳐나와 온달과 살게되고, 결국은 왕이 이를 승락했다. 결과적으로 아버지의 말이 식언이 되지 않게 했다.

온달이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아단성 전투에서 전사한 후, 장례를 치르려고 하자 처음에는 관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도 “계립현(문경 하늘재)과 죽령 서쪽 땅을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설화적 색채가 강하지만, 약속의 중요성은 지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히려 희소가치를 지닌다.

/wp@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