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알짜매물’…은행권 지각변동 신호탄 되나

씨티그룹이 소매금융 부문 한국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하면서 국내 은행권에 지각변동 가능성이 커졌다. ‘알짜’로 꼽히는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서다. 여수신 규모는 시중은행 대비 크지 않지만, 신탁자산은 상당하고 지점이 거의 없어 경영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양질의 자산관리 전문 인력 확보도 가능하다.

한국씨티은행은 총자산(은행+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69조5000억원이다. 여신은 액 24조원으로 기준 시중은행 내 점유율이 2.03%지만, 소매금융 부문 여신만 따지면 17조원에 육박하며 비중이 2.7%로 높아진다.

특히 신탁자산은 24조원을 넘어 점유율이 7.62%에 달한다. 일찌감치 대면채널을 줄여 소매금융 점포는 36개에 불과하며 관련 임직원 수도 939명 뿐이다.

핵심은 이같은 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이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얼마의 가치로 평가되냐는 것이다.

2000년 한미은행 매각 당시 칼라일 사모펀드는 40.1% 지분을 490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1999년말 기준) 한미은행 자산은 약 22조원, 세전이익 706억원이었다. 이후 2004년 한미은행 지분 100%가 씨티그룹에 1조1505억원에 팔린다. 당시 한미은행 자산(신탁포함)은 37조원, 세전이익 711억원이다.

그 동안에는 지분 매각 방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자산 매각 방식이 유력하다. 이번에 매각대상이 될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부문의 자산은 당시보다 크게 늘지 않았지만, 수익성은 훨씬 더 나아졌다.

소매금융 부분의 수익가치를 따로 발라 내야 정확한 주가순이익비율(PER) 추산이 가능하지만 최소 1조원 이상의 가치는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 내 소매금융 비중 만큼 순자산이 인정되고,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은행주 평균 주당순자산비율(PBR) 0.3~0.4배를 감안해도 1조~ 1조5000억원 가량이 된다.

변수는 씨티그룹이 웃돈을 얼마나 요구하느냐다. 1조원의 값을 치르고 한미은행을 인수 한 후 배당 등으로 꾸준히 투자금을 회수했지만,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려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인수경쟁도 꽤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2조원 정도면 대부분의 은행지주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점이 거의 없어 기존 점포와 중복위험도 낮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매금융 여신액이 17조 정도 되면 적은 금액은 아니다”라면서 “연체율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괜찮은 매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이날 한국씨티은행 소매금융 철수 건에 대해 “향후 진행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며 소비자 불편 최소화, 고용 안정, 고객 데이터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사업재편 방안 확정시까지 고객들에게 기존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자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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