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해외 이동 폭발…대규모 항공 지연 각오해야

미국에서 오는 29일(현지시간) 공휴일인 메모리얼데이 전후로 항공 이용객수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앞서 각 항공사와 공항 및 교통당국이 얼마나 대비가 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세계적으로 코로나19 비상사태가 3년여 만에 공식적으로 해제되면서 올 여름 해외 이동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팬데믹 기간 운항은 물론 관제사 인력까지 절반으로 축소된 상황이어서 대규모 항공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연방항공국(FAA)은 뉴욕 지역의 하늘을 관리하는 주요 항공 교통 관제 시설의 필수 관제사 인력이 약 54%만 확보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항공기 지연이 예상되자 뉴욕과 워싱턴 DC를 운항하는 주요 공항의 운항 횟수를 줄일 수 있도록 규정도 완화했다.

특히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미국의 현충일·현지 시간 5월27~29일)는 여름 휴가철에 앞서 항공사와 공항 운영의 시험대가 될 예정이다. 이번 연휴에는 4200만명의 미국인이 여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돌아온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운항을 늘렸다 취소하며 대혼란을 겪은 바 있다. 미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미국 항공편의 약 2.5%가 취소됐고, 항공사와 FAA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항공사와 당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매주 임원 회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고 여름철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역할극으로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올 여름 항공편을 약 7% 늘리기 위해 직원 수를 15% 보강했다.

델타항공은 올해 더 많은 예비 조종사를 확보하고 있다. 유지 보수 직원도 늘려 기계적 문제에 신속하게 대비하도록 했다. 델타는 미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항공사로 통했지만 지난해 여름에는 수 천 편의 항공편을 취소해 욕을 먹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노선 감편을 선택했다. 올해 뉴어크발 하루 항공편수를 30편 줄이는 대신 더 큰 비행기로 배정하기로 했다.

FAA는 동부 해안을 따라 새로운 고도가 높은 노선을 개설해 이 지역에서 더 빠른 비행을 가능하게 하고 지연을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유럽 허브 공항에서는 지난 여름 승객이 밀려 들면서 수하물 분실 사태가 벌어졌었다. 이에 올해는 출발 승객수에 제한을 두거나 항공사에 항공권 판매를 줄일 것을 요청했다.

아디나 발리안 유럽 교통 집행위원은 WSJ와의 인터뷰에서 “EU회원국과의 준비와 조율이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단행된 감원 등에 따른 혼잡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항공사들은 2019년~2020년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수천 명의 조종사와 승무원, 기타 직원들에게 희망 퇴직을 장려했다.

조안나 게라티 젯블루 CEO는 지난달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감편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운항 환경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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