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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운자로. [한국릴리 제공] |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의 폭발적 확산이 글로벌 식품 및 외식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당뇨 치료제로 출발해 비만 관리의 ‘게임 체인저’가 된 GLP-1 제제가 소비자들의 식욕을 원천 봉쇄하면서, 관련 업계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선 매출 증발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JP모건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GLP-1을 포함한 인크레틴 계열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약 2000억달러(약 27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내 GLP-1 치료제 사용자는 2023년 약 500만명에서 2025년 1000만명으로 급증했으며, 2030년에는 최대 3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 중 상당수가 약물을 통해 인위적으로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식품 및 음료 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루카스 페레이라 JP모건 애널리스트는 “GLP-1 치료제 확산으로 식품·음료 산업은 2030~2034년 사이 연간 300억달러에서 최대 550억달러(약 74조2500억원)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데이터 분석 결과, 복용자들은 이전보다 칼로리 섭취량을 약 21% 줄였으며, 식료품 쇼핑 지출액은 약 31%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6년 현재 비만약 보급이 가속화되는 결정적 요인은 ‘경구용(먹는) 제제’의 등장과 가격 경쟁력 확보다. 크리스 숏 JP모건 선임 애널리스트는 “경구용 GLP-1 출시와 더불어 낮은 가격, 광범위한 보험 적용은 더 저렴하고 편리한 옵션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침투율을 높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경구제가 본격 보급되면서 주사제 거부감이 있었던 잠재적 사용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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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주사제형에서 편의성과 효과를 강화한 알약(왼쪽)과 패치(오른쪽) 형태 개발도 치열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미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화력을 보탰다. 연방정부의 ‘밸런스(BALANCE)’ 시범 사업을 통해 메디케어 수혜자의 GLP-1 본인 부담금은 월 50달러(약 6만7000원)로 제한됐다. 리사 길 JP모건 선임 애널리스트는 “현재 의료 시스템은 고용주들이 인력의 요구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의지에 따라 약물 접근성이 급격히 변화하는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 산업의 타격은 더욱 구체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와 Bernstein의 조사에 따르면, GLP-1 사용자의 외식 빈도는 음식 종류와 상황에 따라 최대 45%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중 약 절반이 칼로리 섭취 감소를 경험했으며, 알코올 소비 역시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식품 및 외식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히 양을 줄이는 것을 넘어, 단백질과 섬유질 함량을 높인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기업은 ‘GLP-1 친화 제품’이라는 표시를 도입하거나 소용량 메뉴를 늘리는 등 변화된 소비 패턴에 대응 중이다. 반면, 고가의 비만치료제 접근성에 따른 ‘2계층 사회(two-tier society)’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GLP-1의 확산은 식품 산업에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생존 방식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제품 선택 시 칼로리와 건강 정보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전통적인 고칼로리 가공식품 중심의 사업 모델은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약’으로 배를 채우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유통 생태계의 패러다임 전환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