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방대현, 황금만능이 판치는 세상

우리 속담에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말이있다. 이 속담 속에 들어 있는 훈시는 매우 낮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로, 헛된 일을 괜히 떠벌려서 형식적으로 큰 일을 하는체 하는 모습을 일컫는 뜻을 담고있다.
비슷한 속담인 ‘눈 감으면 코베어 먹는 세상’도 있다. 이 말은 세상 인심이 너무 강박하고, 험악하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인간세상은 거의가 거짓이며, 거짓으로 꾸민 음흉한 수단으로 남의 코를 베어 먹는 악의 행위가 가득하다는 의미가 들어있다.

‘코를 베어 먹는다’는 뜻은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지만 남의 것을 모두 빼앗아서 자기 것으로 착취한다는 말이다.
어쩌다 이 세상이 왜 ‘눈가리고 아웅’하는 세상이 됐을까? 그 이유는 자신의 부를 위한 일이라면 도리를 무시하고 황금에 눈이 어둡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돈이 제일이고 돈이 인간보다 귀중하고 부모보다 앞서간다는 황금만능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죽하면 세기의 명인 장삼모는 ‘세인들의 교제는 황금에 달렸던가. 황금이 적으면 교제는 아니 깊네’란 말을 했을까?

실제로 요즘세상은 돈이 많은 사람앞에서 그리고 권력이 많은 사람 앞에서 공언영색(公言令色)을 일삼고 있다. ‘공언영색’이란 교묘한 말과 얼굴빛으로 남의 환심을 사려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하기야 얼마전 한국에서 방영돼 안방극장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설날 특집드라마 ‘쑥부쟁이’에 나타난 자식들의 모습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인 것을.

‘쑥부쟁이’는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 중 하나이다. 그래서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꽃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쑥부쟁이’처럼 흔히 지나칠 수 있는 부모님에 대한 관심을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표현했다. 특히 유산을 둘러싼 자식들의 갈등은 위선으로 가득찬 우리의 모습이어서 한번 더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부모의 건강은 뒷전인 자식들은 더 많은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시한부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의 아버지는 이런 자식들에게 자신의 병명조차 말하지 못하고 쓸쓸히 떠나간다.  아버지의 임종소식을 듣고 달려온 자식들…. 장례식이 끝나자 또 다시 재산다툼을 하고 이번엔 어머니가 충격으로 쓰러진다. 자식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치매증상이 있는 어머니 모시기를 거부하고…
결국은 부모도 돈이 없으면 효도의 진리를 거부하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 우리와 닮았을까.

모두가 돈 때문이며 그 돈을 가지려고 눈감고 때로는 눈뜨고 아웅하고, 눈 감으면 코를 베어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며 나태한 인간의 정체인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정직하고 선(善)하다고 하면서도 왜 눈감고 아웅하는 것일까?  그것은 거짓으로 꾸며진 양의 탈을 쓴 늑대가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 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소리는 무엇일까. 바로 ‘아웅’하는 소리다.
정치의 문화 속에도 ‘아웅’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고 황금 가득한 부자의 집에서도, 그리고 대기업이라는 사업장에서도 ‘아웅’소리가 귀를 울리게 하고 있다.
먹을것이 넉넉하지 않았던 1960~1970년대에도 우리는 색다른 음식을 하면 이웃과 나눠먹으면서 정을 나누고 살았다.

이제 우리 사회가 눈감고, 눈뜨고 ‘아웅’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염원이 떠오른다.
아무리 삶이 힘들고 사회가 각박해져도 말이다.

방대현/편집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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