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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안정바탕 혼류생산도입 경기침체속 글로벌 2위 부상 단기비용절감·임기응변 한계 노사합심 탄력 생산시스템 절실
지난 3월 1600원대 가까이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로 급락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한시름 놓을 일이지만 수출기업들은 비상에 걸렸다. 특히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회사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당장 해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가격 경쟁력을 고민해야 할 처지다. 업계에서는 올 초 지속됐던 고환율 상황에 대해 “한국 자동차 회사가 일본차를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환율하락으로 우위에 있었던 가격경쟁력은 급속도로 약화돼 힘겨운 싸움을 펼쳐야할 상황에 봉착했다. 여기에 GM 크라이슬러 파산 등으로 세계자동차업계는 한치 앞도 모를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생존이 눈앞의 화두가 됐다. 위기극복을 위해선 국내 자동차기업들은 일시적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 수준의 임기대응식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위한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세계 2위로 급부상한 폴크스바겐의 위기극복 사례를 한국자동차 산업의 귀감으로 꼽는다.
▶GM파산 반면교사, 폴크스바겐 벤치마킹 대상 부각= 지난 1일 파산신청에 들어간 GM은 세계 자동차업계의 반면교사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단순 비용절감식 구조조정이 아닌 ‘시스템 혁신’을 통한 위기 극복사례가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유연한 혼류생산 시스템과 안정된 노사관계는 국내자동차 회사들이 가장 부러워 하는 부분이다. 폴크스바겐은 1990년대 초와 2000년대에 두차례 큰 위기를 맞았다. 이미 94년 우리의 잡셰어링과 같은 개념인 ‘워크셰어링’을 도입해 첫 해부터 16억 마르크를 절감했고 이 제도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에는 모델별 플랫폼(차대) 공유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져 93년 16개이던 플랫폼을 10개로 줄였다. 이런 ‘시스템 혁신’은 생산비 절감과 프로세스합리화, 판매증대 등 7개 부문에서의 횡단형 전사적 비용절감 모델 ‘포모션’(ForMotion)으로 진화했다. 이로 인해 폴크스바겐은 2004~2005년 동안 35억 유로를, 2006~2008년 ‘포모션 플러스’ 기간에는 총 51억 유로를 아꼈다. 도요타도 위기시 기업 이념을 새롭게 하는 ‘체질개선’에 집중했다. 지난해 도요타 위기론이 부상하자 메인공장인 츠츠미공장에서 프리우스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미니밴 ‘위시’와 ‘라브4′ 등 5개 차종의 생산을 외국 공장으로 이전했다. 전년도에는 준중형 승용차 ‘알리온’의 생산을 시작하면서 수백명의 인력을 국내 다른 도요타 공장으로 전환배치시키기도 했다. 이런 유연성 있는 생산구조는 위기 시 CEO와 노조가 합심해 ‘기업이념 재구축→조직문화 쇄신→위기인식 공유’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매뉴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GM과 크라이슬러는 위기극복 방안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채 인력구조조정ㆍ공장폐쇄 등으로 단기적 비용절감에만 치중해 경기 변동 때마다 위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국내기업 혼류생산ㆍ노사관계 혁신 시급=올 세계 경제성장률은 1% 이하로 낮아지면서 세계자동차 수요도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해 6000만대 이하로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되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이 이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는 의지는 뚜렷하다. 이현순 현대ㆍ기아차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디지털포럼에서 ‘경제위기 속 현대ㆍ기아차 대응전략’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연비 좋은 소형차와 현지에 맞는 특화차로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노사 합심을 통한 탄력적인 생산시스템이 필수다. 중ㆍ대형차를 선호하던 미국 시장이 연비가 좋은 소형차 시장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을 보이자 폴크스바겐은 맥시코공장에서 소형차 ‘제타’의 생산량을 더 늘리기로 했다. 혼다는 올초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에서 소형차 ‘시빅’의 생산을 2배 이상 늘렸다. 1개 생산라인에서 최대 8개 차종까지 생산가능한 혼다는 공장별 생산조정에도 10일 남짓밖에 걸리지 않아 세계 최고수준의 생산 유연성을 갖췄다. 이에 비해 현대ㆍ기아차의 변화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노조의 일감나누기 합의로 아반떼를 지난달 6일부터 SUV 전용공장인 울산2공장에서 만들기 시작한 정도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차종 수요에 맞춘 글로벌 혼류생산이 시급한 실정이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세계 차시장 침체 장기화, 미국차의 몰락 등 급격한 업계 판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하반기 유가 및 원자재가 급등, 환율하락 등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생산성 향상, 유연성 제고 등 체질개선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윤정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