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재개관작 ‘맹진사댁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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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34년 만에 새로 문을 열 날을 이틀 앞둔 명동예술극장에서 개관작 ‘맹진사댁 경사’의 무대 리허설이 진행됐다.
 
공연 시작을 알리는 징소리와 함께 막이 올랐다. 배우 장민호(맹노인 역), 신구(맹진사 역), 서희승(참봉 역), 전무송(김명정 역) 등 옛 국립극장 시절의 명배우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원로배우 최은희도 마을 노파 역으로 깜짝 등장했다.
 
지체 높은 집에 딸을 시집 보내 신분 상승을 노리던 맹 진사가 얄팍한 잔꾀 때문에 제 발등을 찍는다는 내용. 권력과 재력에 대한 맹목적인 탐닉과 부조리가 판치는 사회에 대한 풍자는 오늘날에도 공감할 만했다. 리허설 도중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나왔고, 배우들은 2막의 하이라이트인 ‘혼례 장면’으로 향할수록 점점 흥이 났다.
 
연출을 현대화하기 위해 애쓴 흔적도 역력했다. 옛 스타일의 과장된 말투나 몸짓을 배제하고 대사는 구어적인 톤으로 읊었다. 무대는 기와집의 지붕을 걷어내 틀만 남김으로써 단순화했고, 등장인물이 입은 한복 치마는 파스텔톤에 서양식 드레스처럼 주름이 잡혀 있었다. 국적불명의 혼례용 족두리가 옥에 티.
 
권선징악, 계층 전복적인 해피엔딩은 전형적이지만 여전히 보는 이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가야금ㆍ피리ㆍ징 등으로 구성된 국악 앙상블의 라이브 연주도 흥을 돋우는 데 일조했다.
 
리허설이 끝난 후 배우 장민호는 “바로 여기서 시공관이 개관할 당시 개관작에 출연했는데, 같은 곳에서 재개관작을 올리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떨리는 심정을 드러냈다. 
 
3층 발코니석까지 잘 들리고 보일 정도로 음향과 시야도 우수했다.
 
과연 명동예술극장이 오늘날의 관객들과도 열렬한 ‘화학작용’을 일으킬 수 있을까.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 남았다.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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