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비엔날레?…베니스는 행복한 고민중


▲ 억만장자 피노 회장이 건립한 도가나 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리노베이션을
담당해 주목을 끌고 있다.
 
ⓒ2009 Koreaheraldbiz.com

크리스티 피노 회장 ‘도가나 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명물로

베니스=이영란 기자] 세계적인 억만장자이자 명품기업 PPR그룹을 이끄는 장 프랑소와 피노(73) 크리스티 회장의 가공할 만한 ‘예술적 도전’이 이탈리아 베니스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피노 회장은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된 베니스에서 ‘혼자의 파워로 또 다른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매머드급의 아트 프로젝트를, 새로 건립한 베니스의 도가나(Dogana)미술관에서 선보여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세계 1위의 미술품 경매사인 크리스티는 물론, 구치, 입센 로랑, 발렌시아가 등의 럭셔리 브랜드와 프렝탕백화점, 라 흐드뜨 등의 유통업체를 휘하에 두고 있는 피노 회장은 다년간 모아온 수천여점의 현대미술 컬렉션 중 대표작을 비엔날레 개막과 동시에 산마르코 광장 건너편 해안의 새 미술관을 통해 7일(현지시간) 공개해 전 세계 언론 및 미술계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베니스의 중심지 산마르코 광장 맞은편 바닷가에 ‘푼타 델라 도가나’란 이름으로 오픈한 이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은 데다 21세기 현대미술의 정수라 할 만한 미술품들을 보유하고 있어 ‘꼭 가볼 만한 베니스의 새 문화명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피노 회장은 이번에 자신의 수집품만으로 꾸민 대형 기획전 ‘매핑 더 스튜디오(Mapping the Studio)’를 비엔날레를 보기 위해 각국에서 모여든 미술전문가와 관계자, 컬렉터, 비평가들에게 공개했다.
 
특히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새 현대미술관을 통해 작품을 선보여 눈길을 끈다. 그는 또 지난 2005년 베니스시로부터 인수한 베니스 중심의 팔라조그라시미술관에서도 같은 이름의 대형 전시를 동시오픈하며 엄청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명품기업인 PPR그룹의 오너이자 2007년에는 스포츠브랜드 ‘푸마’를 인수해 패션계를 깜짝 놀라게 한 피노 회장은 미술전문지 등이 매년 조사하는 ‘세계 미술계 파워인물’에서도 늘 수위를 달려온 미술애호가. 그는 이번에 베니스의 문화유산 살루테(Salute)성당 옆에 ‘푼타 델라 도가나미술관’이라는 대규모 미술관을 건립해 또다시 화제를 뿌렸다. 이 미술관은 세계적 스타건축가 안도 다다오(68)가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담당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어로 세관이란 뜻인 ‘도가나’는 15세기 베니스의 세관이었던 곳. 베니스시는 대형 창고로 쓰였던 이 낡은 건물을 현대미술관 설립을 위해 적정부지를 물색해온 프랑스의 부호 피노 회장에게 거의 안기다시피 했고, 이에 피노는 안도 다다오에게 리노베이션을 의뢰, 2년여 만에 아름답고 혁신적인 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피노는 건물 리노베이션에만 2000만유로(한화 370억원)를 쏟아부었고, 그 결과 20여개의 대형 전시홀이 들어찬 ‘명품 미술관’이 탄생한 것. 그런데 이 비용은 어디까지나 건물 리노베이션 비용이어서 작품 구입 및 전시에는 이보다 훨씬 많은 몇 배의 예산이 투입됐음은 물론이다.
 
이에 따라 도가나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정상의 아트컬렉터 피노 회장의 예술적 야심이 결합된 미술관’으로 불리며 스페인 빌바오구겐하임에 이어 ’21세기를 대표할 새 현대미술관’으로 꼽히고 있다. 안도 다다오는 육중한 나무와 노출 콘크리트로 도가나 내부를 환상적으로 리노베이션했다. 거장답게 공간 분할과 구성은 특히 탁월했다.
 
게다가 그 안에 담긴 미술품까지 당대 현대미술의 대표작들이어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즉 사이 톰블리, 신디 셔먼, 루돌프 스틴겔, 리 로자노,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등 쟁쟁한 작가들의 대형 회화와 사진, 설치 및 조각이 망라됐다.
 
찰스 레이의 조각 외에도 도가나미술관에는 세계적인 억만장자 프랑소와 피노와 그의 아들 앙리 피노가 소장하고 있던 현대미술품 중 정수만 선별해 질적인 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미술계에서 큰 이슈를 뿌렸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카우보이 조각을 비롯해 영국의 형제조각가 채프맨의 ‘지옥’시리즈, 채틀랜의 머리가 벽에 박힌 말, 신디 셔먼의 신작 사진, 황용핑의 설치작품 등 100여점의 대작이 보란듯 전시되고 있다.
 
아울러 피노 회장 부자(父子)는 베니스의 팔라조그라시미술관 전관에서도 ‘매핑 더 스튜디오 전’을 동시에 오픈해 최고 파워 인물다운 면모를 떨쳐보이고 있다.
 
피노 부자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초대형 예술프로젝트를 잇따라 개최하는 것은 21세기 기업 경영에서 미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스티 경매 등을 이끄는 입장에서 침체에 빠진 미술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들의 투자가 과연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피노 회장의 팔라조그라시미술관 운영자문위원(보드 멤버)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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