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의 클래식은 놀이다…그리고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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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부터 예술의전당서 세번째 연주회

오빠들이 돌아온다. 연예인 같은 용모에 뛰어난 실력까지 겸비한 젊은 남성 연주자 그룹 ‘디토(Ditto)’다. 매년 6월, 검은 정장 차림에 한 손에 악기를 든 오빠들이 돌아오면 공연계가 들썩인다. 대중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10대 소녀들의 환호성과 사방에서 터치는 플래시는 이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뿐인가. ‘디토’의 공연은 2008년 예술의전당 공연 중 유료 판매 순위 1위에 올랐고, 이어진 전국 투어 공연에서도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아이돌(Idol) 신화’인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 인구는 노령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디토’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이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정기 연주회’는 한층 과감해졌다. ‘페스티벌’을 표방하며 6월 27, 28일 양일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또 한국뿐 아니라 중국와 일본, 캐나다 출신 연주자들까지 포용하며 국경을 넘어 이 ‘기현상’을 ‘글로벌화’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내고 있다.
 
주말 내내 불 꺼질 줄 모르는 공연장
 
‘디토 페스티벌’은 6월 마지막 주말인 27, 28일 밤낮으로 이어진다. 놀 땐 제대로 놀아야 한다는 거다.
 
음악회는 총 4회가 진행되는데 독주곡부터 실내악곡, 오케스트라곡까지 다채로운 메뉴가 풀코스로 이어진다.

오프닝 무대 ‘디토 카니발’(27일 오후 2시30분)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브,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등 앙상블 ‘디토’의 정규 멤버과 객원 연주자들이 총출동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과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두 번째 무대 ‘디토 프렌즈’(27일 오후 8시)는 일본 계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류와 중국 출신의 더블베이시스트 다쑨 창을 위한 자리다. 이들은 TIMF오케스트라와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풀치넬라’ 모음곡, 비제의 ‘카르멘 판타지’,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등을 연주한다.
 
세 번째 무대 ‘베토벤 NO.5′(28일 오후 2시30분)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베토벤의 ‘제5번’곡으로만 꾸며진다. 지난해 창단된 디토 오케스트라(지휘 혼나 테츠지)가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과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협연 김태형)를 연주한다.
 
마지막 무대 ‘러브 송’(28일 오후 8시)에는 정규 멤버들이 다시 총출동한다. 베토벤의 ‘로망스’ 제2번, 슈만의 피아노 4중주, 차이코프스키 현악 6중주 ‘플로렌스의 추억’ 등 달콤한 음악들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주최사인 크레디아에 따르면 오프닝 공연 ‘디토 카니발’과 피날레 공연 ‘러브 송’은 이미 전석 매진됐다. 그러나 ‘디토 페스티벌’의 실황은 당일 야외에 설치된 LED 화면과 스피커를 통해 실황 중계되기 때문에,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도 콘서트홀 안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연주회에 앞서 ‘오빠들’과 가까이 교감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페스티벌 4회 관람 패키지 티켓과 디토의 데뷔 음반을 구입한 이들은 오는 16일 오후 호암아트홀에서 열리는 ‘오프닝 나이트’에, 페스티벌 4회 관람 패키지 티켓을 구매한 이들은 24~25일 오후 로댕갤러리 그래스 파빌리온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지용과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류와 더블베이시스트 다쑨 창의 팬미팅에 참석할 수 있다.
 
젊으니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앙상블 ‘디토’는 지난 2007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 첼리스트 패트릭 지, 피아니스트 이윤수의 4명 체제로 출발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모임이다보니 특별한 구속 없이 입출이 자유로운 편이다. 리더인 리처드 용재 오닐을 뺀 나머지 멤버는 경우에 따라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잠시 빠지기도 했다.
 
피아노 사중주 편성에서 벗어나려다보니 멤버는 자연스럽게 늘어났고, 지난해부터는 ‘디토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실내악에만 머물지 않고 레퍼토리의 범위를 대폭 확장했다.
 
특히 피아니스트는 이윤수(2007), 임동혁(2008), 지용(2009)으로 매년 교체됐는데, 올해 새로 영입된 피아니스트 지용은 91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멤버다. 10세였던 2001년 뉴욕필이 주최한 영 아티스트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뒤 세계 굴지의 매니지먼트사인 IMG와 계약을 하고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한예종 예비학교, 줄리어드 예비학교를 거쳐 올해 줄리어드 음악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지용 외에도 캐나다 출신의 첼리스트 마이클 니콜라스(몬트리올 심포니 첼로 부수석)를 비롯해 리처드 용재 오닐, 스테판 재키브, 패트릭 지 등 ‘디토’ 멤버의 대부분이 줄리어드 음악학교 출신이다.
 
 새얼굴 고토 류와 다쑨 창은 누구

올해 ‘디토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연주자 중 가장 눈에 띄는 두 사람은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류와 더블베이시스트 다쑨 창이다. 일본과 중국에서 이미 스타인 두 연주자의 합류는 앙상블 ‘디토’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고토 류(21)는 1988년 뉴욕의 일본계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7세에 일본의 태평양음악제(TMF)에서 데뷔한 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이름을 날렸다. 누나 역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한 고토 미도리다.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인 동시에 물리학도(하버드대 물리학 전공)이기도 하다.  후지 TV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년에 걸쳐 ‘고토 류의 오디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고토 류가 바이올리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방영해왔다.

이번에 연주할 곡은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7세에 데뷔할 때 연주했던 곡이다. 그는 “한국 청중이 굉장히 열광적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이번 연주가 몹시 기대된다”며 “파가니니 협주곡은 한국에서 데뷔하기에도 적당한 곡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쑨 창(29)은 중국 하얼빈 태생으로 7세에 첼로를 배웠고, 9세부터 더블베이시스트인 아버지에게 더블베이스를 배웠다. 베이징 중앙음악학교, 인디애나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텍사스주립대 교수로 재직하며 링컨센터 체임버뮤직소사이어티, 요요마의 실크로드 앙상블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엔 첼로에 비해 경쟁이 덜하고 더블베이시스트인 아버지로부터 무료 레슨을 받을 수 있어서 더블베이스를 시작했다”며 “그러다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성’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디토’와 첫 연주회를 연 뒤 한국 청중에 깜짝 놀랐다. “어딜 가나 클래식 청중은 감소ㆍ노령화 추세인데 한국에서 이렇게 클래식의 인기가 높고 청중도 젊다는 게 놀라웠다”며 “중국에도 랑랑이나 윤디 리 같은 클래식 스타는 있지만 이런 앙상블은 없기 때문에 조만간 디토가 중국에서도 연주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재즈 기타와 베이스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더블베이스 레퍼토리 개발을 위한 편곡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제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성을 가진 음악가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면, 하루는 더블베이스 협주곡을 연주하고, 다음날은 록밴드 콘서트를 여는 거죠.”

김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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