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괜히 마음이 심란해.” 회사원 송기석(34) 씨는 주변 친구로부터 이런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송씨는 “한두 번도 아니고 반복해서 듣다 보니 나까지 심란해진다”며 “괜히 불안하고 초조한 것뿐만 아니라 가끔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한 느낌에 혼자 놀라기도 한다”고 말했다. 직장 생활이나 가족의 건강에 큰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닌데 늘 걱정으로 안절부절 못하는 이들이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과 갑작스러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북핵 위협까지 정치·사회적인 상황이 심리적 압박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직접적 연관은 없어도 사안이 안고 있는 잠재적 위험을 예민하게 느끼는 이들은 더욱 그렇다. 불안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흔한 증상이지만 지나치면 작은 일에도 과도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불안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불안장애 진료환자 현황에 따르면 불안장애로 치료받은 환자 수는 2004년 38만명에서 2005년 40만명으로 늘었고 2006년엔 44만명, 2007년 50만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가 지속돼 긴장이 고조되거나 벼랑 끝에 선 느낌이 드는 경우, 피로감에서 헤어나올 수 없고 집중이 잘 안되는 것이 불안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는 신경과민뿐만 아니라 두통, 설사까지 동반할 수 있다. 집중력과 현실감을 잃고 심하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로까지 발전한다. 이런 증상이 심해 사회생활까지 지장을 줄 정도면 범불안장애로 분류된다. 이민수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는 “본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큰 사회적 변화엔 갑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없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극심한 우울감과 상실감이 찾아올 수 있다”며 “한 달 정도 후엔 이런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때는 자신은 물론 주변을 둘러보고 스스로가 자신의 마음을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걱정과 막연한 불안이 6개월 이상 계속된다면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불안은 경제나 사회상황에 대한 막연한 것부터 자신의 취직이나 가족의 건강 등 구체적인 것까지 포괄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 일상적인 생활양상의 변화 등 예전과는 다른 점이 많아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혼자 있고 싶어지는 마음이 자주 든다면 이로 인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 교수는 “술이나 담배로 이를 해소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억제력을 떨어뜨리고 충동감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며 “그럴수록 가족이나 주변 지인과 많은 대화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불안의 원인이 내과적인 질환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인 가슴떨림 증상인 심계항진이나 갑상선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해져 맥박 수가 증가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실제 맥박 수를 증가시켜 불안감을 준다. 따라서 불안장애는 심리적 치료와 신체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복용하는 약물치료가 일반적이다. 인지행동치료로는 상황을 과대평가하고 왜곡시키는 사고방식을 바꾸기 위한 명상요법이 시행된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장은 “한방에서는 불안증상이 정신적 자극이나 육체적 과로에 의해 유발된다고 파악하기 때문에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한다”며 “평상시 과도하게 불안해하거나, 잘 놀라는 증상을 보이거나, 사소한 일에도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이 ‘병적’일 정도로 심하면 심리치료와 함께 심장질환이나 갑상선 질환 등의 유무 검진을 함께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