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팬들마저 “배추오빠” 연호
“연예인 아닌 운동선수가 주업인듯
녹화 없는 날도 알아서 농구연습…
함께 연습하며 성장하는 모습 담아
스포츠의 진정성속에 조작은 없다”
‘대세돌’ 엑소의 크리스를 연호하던 소녀팬들은 돌연 “배추오빠”를 불렀다. 가수 이지훈은 ‘진기명기’ 수준이다. 가제트처럼 손을 쭉 뻗어 농구공과 혼연일체가 된 모습에 객석은 ‘이지훈’을 외쳤다. 실사판 ‘슬램덩크’ 김혁과 서지석의 활약은 객석마저 ‘어안이 벙벙한’ 순간이었다. 김혁은 단연 ‘군계일학’이었다. “수비를 잘한다”는 ‘덜덜이’ 존박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홍일점 이혜정은 가냘픈 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날카로운 3점슛을 꽂아넣었다. 강호동을 전담 마크하는 조세호(양배추)는 괜한 시비로 그를 무장해제시켰다. 강호동은 부쩍 가벼워진 모습이었다.
지난 11일 오후 7시 경기도 일산 고양실내체육관에선 오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진행된 ‘우리동네 예체능’팀과 ‘남의 동네 예체능(연예인)’팀의 자선 농구경기가 한창이었다. 강호동을 비롯한 박진영 이정진 서지석 김혁 이혜정 줄리엔강 존박과 상대할 연예인팀은 이지훈, 박광재, 엑소 크리스, 최현호, 신용재, 윤형빈, 팀, 조세호였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를 이끌던 주역들도 라이벌로 다시 서게 됐다. 예체능팀은 최인선 감독을 대신해 우지원 코치가, 연예인팀은 석주일 선수가 감독을 맡았다.
두 팀이 만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생활체육으로 단련됐던 ‘우리동네 예체능’이 지난 11월부터 농구특집으로 점프하자 연예계의 농구 마니아들은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농구 특집을 한다고 했을 때 예체능팀에 합류하고 싶어했던 농구 마니아 스타들이 워낙에 많았어요. 그분들을 어떻게 소화할까 고심하다 이번 자리가 마련된 거예요.”(이예지 PD)
골밑 경쟁은 치열했다. 예체능팀을 철통수비하는 연예인팀의 공세에 승부는 엎치락뒤치락이었다.‘ 프로의 위엄’을 보여준 박광재는 드리블 몇 번에 골대 아래로 순간이동, 회심의 슛은 쉽지 않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예체능팀의 또 다른 에이스 줄리엔강이 튕겨져 나오는 공을 사수한다. |
‘도발’이었다. 농구 좀 한다는 연예인들 사이에서 이 프로그램은 화제였다고 한다. 가수 박진영에게 많은 연예인들은 “예체능팀을 나라면 이길 것 같은데?”라는 도발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보다 농구실력이 한수 위”라며 의기양양했던 스타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예지 PD는 반신반의했다.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서지석보다 잘하면 오라”는 농담도 던졌다. 이번 자선경기의 아이디어는 여기에서 시작됐다. 성공적이었다.
한파가 시작된 저녁 고양실내체육관의 400여 관중석이 꽉꽉 들어찼다. 대세돌의 등장이라고 소녀팬만 자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동네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답게 저녁식사 후 산책 삼아 들른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번 경기를 통해 기부할 라면 한 봉지씩을 손에 든 상태였다.
사실 양팀은 꼭 서로를 이겨야 한다는 승부욕을 다진 것은 아니었다. 석주일 감독은 선수들에게 “지면 알지?”라고 엄포를 놓으면서도 “자선경기에 의의를 두고 있다”고 했다. 물론 승부는 팽팽했다. 그럴 만도 했다.
“이젠 연습량이 너무 많아요. ‘예체능’팀은 녹화가 없는 날에도 알아서 농구연습을 하고 와요. 지금 ‘예체능’팀은 연예인이 주업이 아니에요.”(이예지)
농구특집을 시작한 지는 겨우 두 달째지만, 이날 경기에선 ‘우리동네 예체능’팀의 팀워크가 빛을 발한 날이었다. 누구 하나 에이스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 경기 초반엔 헤매기도 했다. 크리스 박광재 이지훈으로 무장한 화려한 개인기와 막강한 실력의 연예인팀을 상대로 예체능팀의 에이스가 총출동한 전반전에선 다소 힘든 경기가 이어졌다. 최인선 감독은 “잘하는 선수들이 모두 나와 점수를 벌려줬어야 했는데 전반 6분이 지나도록 골이 안 나온다. ‘예체능’팀은 골결정력이 부족하다. 이런 식이라면 후반전에서 강호동이 경기에 뛰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몸이 풀리자 예체능팀은 달라졌다. 그간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며 예측 불가능한 경기를 이어갔다.
생활체육을 안방으로 끌어온 ‘뚝심의 8개월’이 지났다. 코트 위를 종횡무진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놀랐다. 의외의 실력과 단합된 모습 때문이었다. 시청률은 불과 6%대이지만 지금 ‘우리동네 예체능’ 앞에 숫자는 무의미해졌다. 이날 경기를 관람한 40대 중년여성은 “탁구를 시작할 때부터 ‘우리동네 예체능’의 팬이었다. TV를 보면 같이 운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며 “직접 와서 농구 경기를 보니 연예인들이 이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실감하게 됐다. 스포츠의 매력이 현장에선 더 커지는 것 같다(경기도 일산 거주 김모 씨)”는 생각을 전했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무려 36대의 카메라로 연예인들의 땀방울을 거짓없이 담아내는 ‘우리동네 예체능’은 조작 논란은 일 수 없는 ‘청정 방송 지역’이기도 한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은 한 번 녹화를 하고 나면 며칠 밤을 새워서 편집을 한다. 단지 승부에 연연하는 경기가 아니라 ‘예체능’ 팀이 연습하는 과정을 함께 보여주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는다. 스포츠가 전하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예체능’만의 강점을 전했다.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