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명 · 월드컵 특수…중남미에 부는 ‘방송韓流’

천국의 계단등 높은 시청률 눈길
‘완성작 포맷’ 수출 주요전략으로
현지인과 교감…인지도 정착 과제

한국PD교육원 6개국 방송인 교육
방송교류·합작 계획 등 논의 지속

‘6억 명 인구의 중남미 시장을 잡아라.’

최근 몇 년간 급성장세인 경제규모와 올해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 특수를 계기로 중남미 지역이 ‘K드라마’를 위시한 방송한류의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했다. 해외에서 신 성장동력을 찾는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해랑 한국PD교육원장(KBS월드)은 “중남미 지역은 아시아에 이은 두 번째 고성장 지역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파트너로 성장했다”며 “지금 이 시점이 방송 콘텐츠가 중남미 지역으로 발을 디딜 중요할 시기”라고 말했다.

일본은 여전히 한류 콘텐츠의 최대 수출국이고, 중국과 북미 지역은 최대 규모의 문화 소비 시장으로 꼽혀 당장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 수출 전략의 우선 순위가 돼 왔지만, 중남미 시장은 기존의 지역 편중을 벗어나 다각화를 이루고 실속을 다질 수 있는 한류, 제 3의 물결이 될 것이라는 데 국내 방송업계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국내 방송산업계가 중남미를 주목한 이유는 최근 몇 년간의 경제성장세와 이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현지 진출과 맞물려 있다.

중남미 지역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6%대이며, 경제 위기가 불어닥친 최근 5년간에도 세계 평균 성장률(4.2%)을 상회하는 4.8%를 기록했다. 올해 월드컵을 개최하는 브라질은 글로벌 기업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고 삼성ㆍ현대기아차·LG 등 국내 대표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게다가 중남미의 문화 콘텐츠 시장 규모의 성장세는 이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훨씬 앞선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2 콘텐츠 산업백서’에 따르면 전세계 콘텐츠 시장 권역별 비중에서 중남미권은 5.5%로 전년 대비 9.2%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세계4대권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멕시코는 각각 433억 달러, 204억 달러를 기록하며 해당 권역의 69.1%를 점유하고 있다.

이미 한국 기업과 현지 공관은 한국 브랜드와 상품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K드라마를 택했다. 현지TV에서 방영하는 한국드라마에 광고주로 참여하는 식이다.

방송제작자의 교류를 통해 한국 드라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행사도 마련됐다. 한국PD교육원은 지난 5일부터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 파라과이 페루 칠레 등 중남미 6개국 방송인을 초청, 오는 20일까지 연수를 가진다. 방송 교류와 드라마 합작 등을 타진하고 논의하는 다양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 한류의 가능성은 다양한 드라마의 인기로 확인됐다. SBS ‘천국의 계단’이 중남미와 미국 내 히스패닉(중남미계 미국인)을 위한 문도 폭스(Mundo Fox) 채널에서 방영되며 인기를 얻었고, 파라과이에서 방영된 ‘아가씨를 부탁해’는 방송국 전체 프로그램 중 시청률 2위를 기록한 사례가 있다. 또 쿠바에선 스페인어로 더빙돼 방송 중인 한국 드라마를 일컫는 ‘도라마스’(내조의 여왕, 아가씨를 부탁해, 시크릿가든, 드림하이)가 방영됐다.

이제 첫 단추를 꿰는 중남미에서의 한류 확산을 위해선 당장의 수익보다는 적극적인 콘텐츠 제공과 서비스를 통해 현지인들과 교감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정 원장은 “KBS 월드는 칠레에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침을 세웠다”며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교류와 교감의 과정이다, 당장 콘텐츠 판매보다는 무료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지속적인 노력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성작 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포맷’의 수출도 현지 진출의 주요한 전략의 하나로 꼽힌다.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일단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과 인지도가 정착되면 이후에는 수출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997년 중남미 공략 선봉작인 MBC 미니시리즈 ‘별은 내 가슴에’를 시작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추진한 ‘한국 드라마 해외방영사업’의 일환으로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이 무료 방영하며 다져온 결실은 지난 2월 맺어졌다. 멕시코에 ‘미친 사랑(tvN)’의 드라마 포맷을 수출한 것이다. 콘진원 방송산업팀의 송인정 대리는 “드라마는 각 나라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공감이 쉽지 않지만 하지만 드라마 포맷 수출을 시도한다면 현지화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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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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