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방] 영화 ‘우는 남자’의 ‘우는 김민희’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영화 ‘우는 남자’에는 ‘우는 남자’(곤, 장동건 분)뿐 아니라 ‘우는 여자’(모경, 김민희 분)도 등장한다. 어린시절의 상처와 운명의 장난 앞에 ‘우는 남자’도 안타깝지만, 탄탄대로를 걷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과 마주한 ‘우는 여자’ 쪽이 더 애달프다.

실은 ‘우는 여자’보다 ‘우는 김민희’에게 마음을 뺏긴 게 맞다. 김민희가 연기한 모경은 남편과 딸의 죽음 이후 산송장과 다름 없는 모습으로 관객을 우울의 심연 저 밑바닥까지 끌어당긴다.

성공한 커리어우먼 ‘모경’은 남편을 잃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 있는 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한다. 매사 똑 부러진 모경은 별다른 동요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딸을 죽이고 자신까지 타깃 삼은 킬러 ‘곤’이 주위를 맴돌면서 차츰 무너진다. 

사랑하는 이의 부재로 인한 슬픔은 방심한 순간 찾아오는 법이다. 이제 DVD 영상으로만 남은 딸의 모습에 모경은 TV를 끌어안고 오열한다. 예쁜 얼굴을 지운 김민희는 다소곳하게 눈물을 떨구는 대신, 꺽꺽 소리내며 서럽게 운다. 그 순간 그녀를 몰래 지켜보던 곤은 물론, 관객까지도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딸을 죽이고 자신의 목숨마저 노리던 곤이 눈 앞에서 사라져갈 때도 모경은 눈물을 보인다. 얄궂은 운명으로 얽히긴 했지만, 곤은 모경의 곁에 있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세상에 정말 홀로 남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모경은 몸에 남은 수분을 모두 쥐어짜내 듯 마지막까지 눈물을 쏟아낸다.

물론 김민희는 울지 않고도 우는 것 이상의 묵직한 슬픔을 던지기도 한다. 생전 딸이 유치원 학예회에서 불렀던 외국민요 ‘대니보이(Danny Boy)’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올 때, 그 담담하고도 쓸쓸한 목소리는 어떤 말과 행동보다 처연하게 다가온다.

‘우는 남자’의 이정범 감독은 김민희에 대해 “의상이나 분장에 대해서 예쁘게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배우”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면 그 평가가 의례적인 덕담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실제로 김민희는 화면에 어떻게 나올 지는 관심도 없다는 듯, 기력을 다해 자신을 내던진다. ‘우는 여자’ 모경은 ‘우는 김민희’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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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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