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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예선 결과에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A 한인들의 표정은 한국과 멕시코팀의 성적에 울고 웃고를 반복한다.
우선 한국팀의 경우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예선에서 탈락하자 월드컵 특수를 기대했던 요식업체 및 일부 의류 생산 기업들은 울상이다. 한인타운의 모 식당은 최근 한국팀의 선전과 16강 진출을 기원하며 각종프로모션을 준비하고 TV까지 교체했다. 하지만 한국팀의 경기력이 지난 십수년래 최저점을 찍으면서, 기대했던 손님은 고사하고 초도 투자 비용만 날리게 생겼다.
이 식당의 업주는 “TV를 바꾸고 새로 케이블 서비스에 가입하느라 꽤 비용을 썼다”며 “여기에 프로모션을 위한 광고 비용과 준비한 선물까지 계산하면 손해가 크다”고 전했다. 한국팀 관련 유니폼이나 관련 상품을 제작한 로컬 업체들도 아쉬움이 역력한 표정이다. 이미 생산한 제품 상당수를 재고로 돌리거나 소위 땡처리로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행업계와 항공사 그리고 각종 이벤트 업체들은 ‘미안하게도’ 한국팀의 부진이 반갑다.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월드컵에 모든 한인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지난 수주간 예약이 급감했다. 그러나 한국팀의 탈락 확정과 동시에 독립 기념일 연휴를 비롯한 여름방학 패키지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 특히 예상밖 예약 부진을 보이던 독립기념일 연휴 상품은 막판 스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는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반 식당과 이벤트 업체도 한국팀의 부진으로 숨을 돌렸다. 일반 식당들은 대형 TV가 설치된 업소에 빼겼던 손님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고 이벤트 업체들은 한국팀 탈락에 실망한 한인들을 대상으로 각종 콘서트 및 기타 이벤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콘서트를 추진 중인 한 업체는 한국팀의 월드컵 예선 탈락후 티켓 판매가 확연히 늘었다고 귀띔했다.
멕시코 팀의 선전에도 업종별 한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멕시코팀의 연이은 선전이 가장 골치아픈 곳은 한인 의류 업체 특히 봉제업체들이다. 봉제업체들은 사실상 멕시칸을 포함한 라티노 직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실제 멕시코팀의 경기가 열린 지난 13일, 17일 그리고 23일까지 3일간 봉제공장 업주들은 텅빈 일터를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다음 네덜란드와의 경기가 휴일인 29일(일요일)에 열리는게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일 멕시코가 이 경기를 이기고 계속 올라간다면 월드컵이 끝날때까지 발생하는 그 손실을 누가 매워줄지 막막하다.
한편 LA 경찰들도 고민이다. LA시 경찰국과 LA 카운티 쉐리프국 그리고 인근 도시 경찰 등은 오는 29일 비상경계 근무를 펼칠 예정이다.경찰의 이런 방침은 지난 23일 멕시코와 크로아티아의 조별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벌어진 소요 사태 때문이다.당시 멕시코가 크로아티아를 꺾고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뒤 일부 지역에서 흥분한 멕시코계 주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난동을 벌였다.약 200여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자동차에 돌을 던지는 난동을 부려 기마경찰까지 동원돼 해산시켰고 이 와중에 5명이 체포됐다.캘리포니아고속도로순찰대는 고속도로 진출입로를 봉쇄하기도 했다.경찰은 네덜란드와 16강전에서 멕시코가 지든 이기든 상당한 규모의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LA시를 포함한 LA 카운티 인구 1천여만명 가운데 멕시코계는 3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멕시코 축구대표팀 경기를 열광적으로 응원한다.
최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