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추세라면 역대 가장 빠른 천만돌파란 타이틀로 새 역사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SNS나 커뮤니티에는 ‘명량’을 관람하기 위해 극장을 찾았지만 전석매진이라며 발걸음을 돌린 관객들의 후기가 넘쳐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과 김한민 감독의 연출의 힘, 배우 최민식의 열연이 더해진 ‘명량’. 한 동안 영화계는 ‘명량’의 돌풍이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본지는 김한민 감독과 만나 ‘명량’의 연출과 더불어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명량’은 어떻게 김한민 감독의 손에서 탄생됐을까.
“이순신 장군 이야기는 2008년 정도에 ‘선조들이 어려웠을 때, 수난의 역사 속에서 어쩌면 가장 고결한 정신들을 빛내주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됐어요. 어쩌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역사적으로 선조들이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니 자연스레 임진왜란이 떠오르더라고요. 임진왜란에서는 당연히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명량해전의 승리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크게 작용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왔습니다. 내 영화 인생에서 이순신 장군을 다룰 수 있는 작품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영광이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 사실 하나만으로 굉장히 짜릿했어요. ‘최종병기 활’을 하면서도 ‘명량’을 다룰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그 시기가 이렇게 빠르게 올줄은 몰랐죠.”
영화는 이순신 장군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초반 모두가 말리는 명량대첩을 앞두고 고뇌에 빠진 이순신의 깊은 내면은 물론, 백성들을 향한 충(忠)만을 위해 전쟁을 감행한 후,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 구루지마가 이끄는 왜적들을 물리치는 이순신 장군의 카리스마 있는 모습까지 촘촘하게 연출했다. “이 영화로 인해 이순신 장군 붐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낸 김한민 감독의 의도는 그대로 대중에게 통했다.
“교훈적으로 빠질 수도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그런 점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표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정공법으로 뚫고 가고 싶었어요. 그것을 정면으로 표현하면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얼마만큼 이 시대의 사람들과 통하는 구조로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의 흥행에 있어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최민식의 공이 컸다. 마치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살아돌아온 것만 같은 실감나는 연기를 펼쳤다. ‘명량’을 본 사람들이라면 최민식이 아닌 다른 이순신 장군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 영화는 내공이 있는 배우가 참여했으면 좋겠다싶었어요. 이순신을 연기하는데 연기적인 경력과 나이대도 비슷하고 그당시 이순신 장군의 이순신 장군을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굴지 찾다보니 최민식씨가 유일하더라고요. 상대 구루지마 역할에도 고심이 많았죠. 최민식 배우가 연기하는 이순신에 견줄 수 있는 배우가 누가 있을까 찾다보니 류승룡씨가 가까이 있더라고요. 투 톱 주연의 영화가 아님에도 고맙게도 흔쾌히 동참해줬어요.”
출연 배우 중 일본인 오타니 료헤이의 출연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조금 민감할 수 있는 소재지만 오타니 료헤이는 김한민 감독만을 믿고 흔쾌히 출연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한민 감독 역시 오타니 료헤이의 출연에 감사함을 전했다.
“처음에 료헤이도 우려를 표명했지만 ‘대의로 극복해보자. 너의 출연이 어떻게 보면 한일간의 관계에 있어서 긍정적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어요. 료헤이에게도 감사해요. 본인에게도 좋은 지점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외에도 진구, 이정현, 권율, 노민우, 고경표, 박보검 등 비중있는 조연들이 영화에 참여했다. 이순신 장군의 비중이 크다보니 이들의 분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진심을 다해 ‘짧고 굵게’ 연기했다.
“마치 대의에 참여한 동지들 같았어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니 당연히 출연해야한다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이들이 진심이었다는걸 연기를 보면서 알 수 있었죠. 참 열정적으로 촬영한 것 같아요. 주연급의 배우들인데도 출연해줘 감독으로서 감사하고 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명량’ 속 해전신은 126분의 러닝타임 중 61분을 차지한다. 지루하거나 피로감을 줄 수 있지만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중심이 되는 해전신을 통해 감동을 주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해전신 분량을 늘려가지고 엄청난 볼거리를 제공해 사람들에게 재미를 줘야겠다는 목적은 아니었어요. 이순신의 요체가 어떻게 보면 해전에 있으니 잘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울림을 줘서 광화문에 화석화돼있는 이순신 장군을 이 시대에 불러내고 싶었어요. 그런 의식을 반영시키다보니 해전신이 61분이 되더라고요.”
“백병전 다음에 격군신에서 화포를 모아쏘는 것이 대의적으로 전파가 되면서 장수들과 대장선을 탄 모두의 사람들이 자기의 희생정신으로 전쟁을 하게 되죠. 전쟁 액션이 드라마를 형성하기 쉽지 않은데 그 단초를 자기 희생에서 발견했고, 그런 것들을 잘 구현하면 해전 자체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김한민 감독은 ‘명량’이 일본에서도 개봉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본인들에게 역사적 잘못을 꼬집고 반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과거를 바로 알고 직시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일본에서도 개봉됐으면 좋겠어요.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일본인들은 역사를 잘 몰라요. 과거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과거를 반성하라고 하면 싫을 것이잖아요. 과거를 알아야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하죠. 알아야 반성을 할 것이고요. ‘명량’이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또 이순신 장군은 위대한 인물을 넘어서 인류사적으로 존경하는 위인으로 좀 더 승화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김한민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꾸준히 고민한다. 감독으로 당연한 고민이지만, 당연하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이 시대에 필요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는데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그렇기에 ‘최종병기 활’, ‘명량’ 같은 관객들이 열광할 수 있는 영화가 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희대의 정신과 감흥하려고 노력합니다. ‘지금 이 시대에 좀 필요하지 않을까’ 내지는 ‘이런 이야기를 하나 던지면 관객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겠지’를 고민하죠. 관객들과 공감한다는 것은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상업영화에서는 꼭 필요한 지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요즘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은위적인 것을 어떻게 직물적이고 구체적으로 담아내면서 관객들에게 재미와 함께 공감을 자아낼 수 있을 것인가’ 감독으로서 당연한 고민이라고 생각됩니다.”
김한민 감독은 진심으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최민식과 주조연들의 열연, 실감나는 61분의 해전신보다 김한민 감독의 마음 가짐이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들었기에 ‘명량’ 속에 담았던 진심이 관객들에게 통했던 것이 아닐까.
“‘명량’은 감히 이야기하건데 재미와 울림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오셔서 벅찬 가슴 안고 나가시며 이순신 장군이라는 인물,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우리의 영웅 이순신을 좀 더 알아가는 단초가 되는 영화가 바랍니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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