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2014] ‘마성의 여인’ 아시아 아르젠토, 스크린서 사라진 이유

[부산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보딩 게이트’, ‘미스트리스’ 등의 영화에서 아시아 아르젠토는 ‘검은 고양이’를 닮았다. 뇌쇄적인 눈빛으로 사람을 홀리다가도, 금세 발톱을 세우고 달려들 것 같은 위험함이 엿보인다. 그렇게 그녀는 쾌활하고 사랑스러운 할리우드의 숱한 여배우들과 달리, 퇴폐적인 아름다움과 예측 불가능한 매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 왔다.

그런 그녀가 돌연 메가폰을 잡았다. ‘스칼렛 디바’(2000), ‘이유있는 반항’(2004)으로 연출의 맛을 알아가더니, 급기야 지난 해에는 트위터를 통해 ‘연출에 집중하기 위해 연기를 포기하겠다’는 돌발 선언을 하기도 했다. 아버지(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영화에서 아홉살 때부터 연기한 까마득한(?) 경력의 소유자이기에, 금세 번복하고 연기자로 돌아오지 않을까 의심했다. 

영화 `트리플 엑스` 스틸컷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시아 아르젠토는 세 번째 연출작 ‘아리아’를 들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3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월석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만난 그녀는 어느덧 ‘배우’보다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아시아 아르젠토는 감독으로 변신한 계기에 대해 “아홉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게 됐는데 지금까지 배우로서 누군가에게 선택 받았다면, 감독은 내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고 밝혔다. 영화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영화 자체를 창조하는 것이 더 많은 쾌락을 준다고도 말했다.

아직 많다고는 할 수 없는 세 편의 작품을 내놨지만, 감독으로서의 고집과 신념은 확고했다. 그녀는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최근 들어 독립적이면서 개인적인 얘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독립영화 제작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방법으로 찍어야 창작에 있어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예산으로 영화를 찍는 방식을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 나선 아시아 아르젠토 [사진=OSEN]

아시아 아르젠토의 연출작은 모두 아이들이 등장하는 성장영화이자 로드무비의 형식을 띠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대해 그녀는 “아이의 시선으로 보는 영화들이 많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어린이에 대해서 담고 싶었고,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어린 아이들의 내면과 이들이 느끼는 세상의 부당함을 말하고자 했다. 거대한 세계 안의 작은 세계, 예컨대 가정이나 학교 등에서 어린이들은 끊임없이 부당함을 겪고 있다. 더 나아가 모든 사람이 겪는 부당함에 대해 말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늘 따라다니는 아버지에 대한 질문에는 열정적으로 작품을 설명할 때보다는 다소 심드렁한 모습이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그녀의 아버지는 ‘수정깃털의 새’(1969), ‘서스페리아’(1977) 등으로 호러 거장의 반열에 오른 다리오 아르젠토이다. 아시아는 “아버지 영향을 받은 거라면 빨간색을 좋아한다는 것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아버지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지만 내가 호러영화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학교나 가정 등의 세계가 얼마나 공포스러운가에 대해서는 얘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아리아’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와 이혼한 부모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아홉 살 소녀 ‘아리아’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 영화이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놀랍도록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이수원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순수한 동심이 불안과 공존하는 가슴 짠한 성장 영화이며 톡톡 튀는 음악 사용이 영화의 독특한 개성에 크게 기여한다’고 ‘아리아’를 올해 영화제에 초청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극 중 세 자매의 둘째가 아시아 아르젠토의 실제 딸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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