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소녀탐정 서지담이 필요했던 이유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SBS 월화 특별기획 ‘비밀의 문’은 조선왕조 500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의 주인공이었던 21대왕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가운데 아주 특별한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 아역배우 김유정이 연기하는 서지담이다.

‘비밀의 문’은 애초 “아버지는 왜 아들을 죽였을까”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드라마의 부제가 ‘의궤살인사건’인 이유는 여기에서 나온다. 지금까지 TV사극에선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던 사도세자를 새롭게 조명하고, ‘만인이 평등한 나라’를 꿈꾸는 왕세자의 모습으로 해석하기에 기존 영조시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두 사람을 그려낸다. “사도세자를 주목하되, 백성의 위한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맥락”(윤석진 충남대 교수)에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서지담 캐릭터는 ‘비밀의 문’이 만들어낸 가상인물이지만 드라마에선 없어서는 안될 주요인물로 설정됐다.

일단 서지담이라는 인물의 직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지담은 당시 영조시대에선 국법으로 금한 포교소설을 쓴 작가이자 세책방(책을 빌려주는 곳) 주인의 딸로 나온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서지담은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포교소설이라고 하지만, 요즘으로 치면 연애소설이 아닌 형사, 추리물을 쓴다”며 “서지담의 소설에선 ‘억울한 죽음을 없게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교수는 그러면서 서지담의 역할론에 대해 두 가지로 설명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대에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이라면 소설을 쓰는 작가는 정쟁과 관련 진실이 은폐되는 현실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며 , “공간적 의미에서의 세책방은 물밑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퍼져나갈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공유되는 장소로, 이 곳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은 사도세자의 정치관과 마찬가지로 ‘모두가 공평한 세상’이 화두로 등장한다.

현재 6회분까지 방송된 드라마는 영조의 정통성을 위협할 ‘맹의’를 등장시키며, 영조와 노론의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했다. 이 드라마에서 ‘맹의’는 연잉군 시절 영조(한석규)와 노론의 수장 김택(김창완)의 정치적 결합을 담은 비밀문서로, 형인 경종을 밀어내고 왕위에 오른 영조의 왕좌를 위협하는 주요장치로 등장하다.

‘맹의’는 비록 허구의 문서이나 드라마의 중심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비극적인 부자관계를 촉발하는 장치다. 맹의의 실체를 알게 된 왕세자 이선(이제훈)의 절친한 친구 신흥복(서준영)의 의문의 죽음이 그렇다.

‘비밀의 문’은 현재 신흥복의 죽음을 파헤치기 위한 추리가 큰 줄기가 돼 전개되는 가운데, 서지담은 ‘소녀탐정’의 역할도 하고 있다.

신흥복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은폐된 진실’을 밝히려는 열혈 소녀탐정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설수록 자신의 목숨까지 담보해야할 거대한 권력들과 마주하게 된다. 6회 방송분에서도 이미 서지담은 신변보호를 위해 기방에서 생활했으나, 노론의 표적이 되며 안위를 위협받는다. 왕세자와 함께 신흥복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선 또 다른 죽음을 마주하고, 끊임없이 조작되고 왜곡되는 사건을 바라본다. 왕세자가 좌절하는 이유이기도 하나 이 과정에서 서지담의 역할이 한 번 더 부각된다. “진실은 은폐되고 왜곡되며, 정의는 사라진 시대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우리가 알고 싶은 진실과 백성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윤석진 교수)하는 역할이다.

지난 6회 방송분에서도 서지담은 한 줄의 대사로 ‘비밀의 문’에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백성을 하늘로 알고 섬겨야 한다는 말, 저하께선 공허하다 하셨지만 전 이 말이 좋습니다. 그 나라의 백성으로 단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shee@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