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포럼-김철희> 언제쯤 음악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까

“음악을 하면서 먹고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만나면 이런 질문을 푸념처럼 하곤 한다. 사실 나는 그들이 내게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질문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들 다수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실용음악과 전공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대학에 실용음악과 전공이 개설된 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2014년 현재 실용음악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전국에 무려 70여 곳에 달한다. 전국 각지에서 수천 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악기를 배우며 내일의 스타를 꿈꾼다. 201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을 모두 마감한 결과 한양대 에리카(안산) 캠퍼스의 실용음악학과(보컬)가 436.2대 1로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실용음악관련 학과들이 경쟁률 상위 톱5를 차지했다. 실용음악과를 향한 열풍은 가히 광풍에 가깝다. 지원자가 많다보니 대학들은 실용음악과를 신설하기위해 열을 올린다. 지방 소재 대학들은 서울에 실용음악과 거점을 만들어 묘한 커리큘럼으로 학생을 모으기도 한다. 그러나 수많은 졸업생들 중 대중음악계에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데뷔하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절대 다수의 졸업생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

실용음악과 출신 연주자 김 모 씨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10년 전 이 바닥에서 꽤 알아주는 실용음악과를 졸업한 그는 그동안 그는 적지 않은 입시 레슨 경력을 쌓았고 세션 연주자로도 꽤 이름을 알렸다. 그럭저럭 버는 돈으로 그는 가정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갈수록 세션 일과 레슨을 받는 학생 수는 줄어만 갔다. 실용음악과에서 갓 졸업한 어린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웠기 때문이다. 머릿속에는 온갖 고민들이 떠돈다. 일찍 유학이라도 다녀와 대학에서 한자리를 차지할 걸 그랬나? 대출을 받아 실용음악 학원을 차려볼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밴드를 결성해 내 음악을 해야 계획한 일들이 꼬리를 물것 같지만 설 무대가 마땅치 않다.

부모는 자식의 입시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지원자를 양산하는 시스템도 커졌다. 또한 상당수의 졸업생들은 입시 레슨을 통해 생활을 이어나가니 이 얼마나 묘한 경제적 사이클인가. 어쩌면 현재 실용음악과 입시 시장이 음원시장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자신의 영혼을 불사르며 창작에만 매달리다가 어려운 생계를 이유로 음악 판에서 떠난 수많은 이들이 있다. 창작을 하지 않고 영혼 없는 연주로 돈을 버는 일만 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떠난 이들도 부지기수다. 음악을 길게 하는 방법은 결국 창작 활동의 지속과 생계유지를 위해 합리적인 대응일 터이다. 그런 세상이 과연 가까운 시일 내에 올 수 있을까. 이들이 근근하게나마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빌 뿐이다. 음악을 하며 먹고 사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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