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은 나의 기자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예인의 사적 영역의 기사를 본인의 허락 없이 쓰면 안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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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과 나와의 인연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탈 사이트가 활성화 되기 전인 당시만 해도 연예기자의 입지가 지금보다 좋았다. 톱스타들도 신문사에 들어와야만 인터뷰를 하던 시절이었다. 연예인의 사생활관련 기사가 나가도 웬만하면 소송을 하지 않았다. “너 연예생활 계속할 거 아니냐”라고 말하면 ‘정리’가 됐던, 말도 안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하지만 신해철만은 달랐다. 강단있는 연예인이었다. 자신에 관한 사생활 기사에 강력히 대응했다. 지금이야 연예인들이 원치 않는 사적인 기사가 나가면 소속사의 법무팀 등을 통해 소송하는 게 다반사지만 당시는 연예인 자신에게도 위험부담이 있었다.
신해철은 2001년 한 스포츠지가 ‘신해철 올봄 결혼, 미스코리아 뉴욕진 출신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자 근거 없는 보도라며 소송을 제기해 결국 승소판결을 이끌어냈다. 당시 나는 이 스포지의 연예 데스크였다.
신해철은 이듬해인 2002년 그 스포츠지에 보도됐던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다. 내용의 연결 측면에서 볼때 사실 보도인 것 같지만, 위법성이 인정됐다. 신해철의 대응이 당시로서는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는 연예인의 사생활 보도는 비록 사실이라 해도 본인 허락 없이는 적시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나에게는 큰 가르침이었다.(물론 이 경우에도 알권리가 우선인지 프라이버시인지 따져봐야 하지만 대부분의 연예인 사생활 기사는 본인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 쓰면 법적 싸움에서 기자가 지게 된다.)
이후 나는 연예인의 사생활 관련 기사는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했고, 그래도 기사화해야 할 경우 신해철 소송 판례를 다시 새겨보며 조심하게 됐다.
신해철은 자신의 결혼 기사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힘든 길도 거침없이 가는 신해철은 앞서간 사람이다. 음악만 해도, 90년대 자신의 음악을 복고풍으로 재현해도 될 법한데도, 얼마전 7년만에 내놓은 솔로 6집 ‘리부트 마이셀프(Reboot Myself)’에 실린 ‘아따’를 보면 ‘파격’과 ‘실험‘으로 가득찬 색다른 음악이라 적잖이 놀랐다. 1000개의 녹음 트랙에 자신의 목소리를 중복 녹음하는 방식으로 노래 속 모든 사운드를 오로지 본인의 보이스로 구현해 ‘원맨 아카펠라’라는 하나의 작품을 선사한 것이다.
신해철은 ‘그대에게’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카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등 히트곡만 남긴 게 아니라, 항상 실험적인 뮤지션으로 살아왔다. 할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신해철의 성정으로 볼때, 힘든 삶을 살았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해볼 수 있다. 신해철 아우, 이제, 그 곳에서 음악만 생각하며 부디 행복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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