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ㆍ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볼 게 없다” 지상파 드라마의 하향평준화…외형만 젊고 내용은 구태의연

* 월화드라마

MBC ‘오만과 편견’, 10.8%


고승희=에피소드식 구성은 장점, 장르물 비집고 들어온 멜로는 미지수 ★★★
정진영=첫 끝발이 개끝발이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

SBS ‘비밀의 문’, 6.2%


고승희=어렵게 풀어낸 비극적 가족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직설화법 ★★☆
정진영=시청자들이 기대한 건 이런 로맨스가 아닐텐데 ★★

KBS2 ‘내일도 칸타빌레’, 5.7%


고승희=1회와 8회는 전혀 다른 드라마…연출이 구멍 ★★
정진영=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진지함과 우스움 ★☆

* 수목드라마(방영중 드라마만)

KBS2 ‘아이언맨’ 5.2%


고승희=설득력 잃은 캐릭터에 몰입도는 바닥…내 몸에도 칼 돋는 시간 ☆
정진영=각본, 연기, 연출까지 아~ 망했어요 ☆

SBS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5.7%


고승희= 90년대 청춘드라마보다도 못한 뻔뻔함 ☆
정진영=뻔한 로코물도 못 살리는 수준 낮은 연기력 ★

<닐슨코리아 집계ㆍ전국 시청률, 11월 4일ㆍ10월29일 방송분 기준>

[헤럴드경제=고승희ㆍ정진영 기자]시청자가 사라졌다. 한 해 평균 30여편이 제작되는 지상파 방송3사 미니시리즈의 시청자들은 지금 온데간데 없다.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밤 10시가 되면 나타난다. 탄탄한 고정시청층을 등에 업은 장수 프로그램 ‘가요무대’(12.9%ㆍ3일 방송ㆍ닐슨코리아 집계/전국 기준)와 ‘생로병사의 비밀’(9.8%ㆍ10월29일 방송)이 쟁쟁한 스타들로 무장한 방송3사 드라마의 시청률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월요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가요무대’(KBS1)는 벌써 7주째 최정상을 지키고 있다.

비단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올초 SBS ‘별에서 온 그대’가 떠난 이후 방송3사 미니시리즈 중 히트작이라 할 만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다. 한 때는 30%를 넘나들던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은 평균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그들간의 경쟁은 수치 상으로는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다. 각사 드라마국 관계자들이 “사상 유례없는 흉작”이라며 의아해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주중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하락 이유는 비단 ‘환경의 변화’만으로 치부할 순 없다. 물론 ‘플랫폼의 다변화’로 ‘본방사수’ 개념은 무의미해졌고 젊은 시청층은 즐길 거리가 많아졌다. 이들은 지상파 대신 케이블과 종편으로, TV 대신 PCㆍ모바일로 이동했다. 하지만 시청자가 떠나는 진짜 이유는 콘텐츠의 자체 경쟁력 하락에 있다.

▶ 지상파 드라마의 고질병…“이래야 시청률이 잘 나와”= 이미 지난해 ‘응답하라1994’ 등의 tvN 콘텐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지상파를 위협했지만, 정작 플랫폼 강자인 지상파의 위기감은 미미했다. 지상파 드라마는 여전히 “케이블 채널이 자리잡기 이전의 환경에 안주해 자기복제를 거듭하고 있다”(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불특정 다수, 즉 전 연령층을 염두하고 기획하는 지상파 콘텐츠의 경우 TV 앞을 떠난 10~20대를 불러모을 만한 콘텐츠에 대한 고민보다는 중장년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드라마를 생산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 멤버나 스타들이 출연해 젊은 시청자를 염두한 듯 보이는 ‘내일도 칸타빌레’(주원 심은경), ‘아이언맨’(신세경 이동욱),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비 크리스탈)도 외형은 젊어보일지라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구태의연한 과거의 작법을 고수한다. 심지어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다루며 연기파 배우 한석규를 출연시킨 ‘비밀의 문’은 복잡한 스토리에 끼워넣은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교수는 “미국, 일본의 장르드라마를 통해 나름의 안목을 쌓아온 젊은 시청자에게 판에 박힌 듯 그려지는 로맨스는 식상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드라마가 그려가는 멜로는 지극히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에 가깝다”고 꼬집었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정형화된 캐릭터와 멜로, 가족이야기는 지상파 드라마에는 빠질 수 없는 공식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기 보다는 정해진 그림에 맞춰 조립하듯 풀어내는 기획력의 한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소위 ‘기-승-전-연애’로 불릴 만큼 장르를 불문하고 ‘러브라인’을 등장시키곤 하는 ‘정형화된 공식’은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불러온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히지만, 정작 변화는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견배우들 현재의 드라마 시장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지우지 못했다. 배우 최종원은 최근 드라마 시장의 흐름에 대해 “어느덧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 일변도로 변했다. 겉으로는 사랑을 내세우지만, 실상을 보면 구역질나는 내용이 많다. 남녀상열지사 없이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방송국 측에서도 기존에 방송된 드라마의 문제점을 확인해보고,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늘어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사실 지상파 관계자들이 ‘공식에 충실한 드라마 작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광고 수익으로 직결되는 ‘시청률’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60분 분량의 드라마가 모든 광고를 판매할 경우 회당 30편 가량의 광고를 통해 최대 4억원 가량의 수익을 낸다. 16부작으로 계산하면 드라마 한 편은 6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남긴다. 매일 아침 분당 시청률 그래프를 손에 쥔 채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광고시장은 이미 침체기에 접어들어 ‘완판’ 사례는 과거의 일이 됐는데, 지상파에선 여전히 ‘시청률’에만 집착해 식상한 공식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의 공식을 따르면 기본타는 나온다”(정덕현 평론가)고 인식하는 ’안일한 착각‘ 때문이다. 정덕현 평론가는 그러나 “시청률 추산표에 의한 착시현상이 분명히 있다”며 “향후에도 시청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시스템의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스타작가 사라지니 아무도 없다?=히트드라마가 나오기 위해선 대본, 연출, 연기의 세 축이 조화를 이뤄야하는데, 드라마국 관계자들은 이중 “가장 기본은 대본”이라고 꼽는다. ‘러브라인’에 집착하는 고질병을 차치하면, 올 한 해 지상파 드라마의 흉작 원인 중 하나로 ‘작가층의 부재’가 떠오르는 이유다.

올 안방극장에선 지난 한 해 맹활약한 A급 작가( ‘상속자들’ 김은숙, ‘별그대’ 박지은, ‘주군의 태양’ 홍자매(홍정은ㆍ홍미란), ‘너의 목소리가 들려’ 박혜련)는 휴식기에 접어들었고, ‘비밀’을 집필한 유보라 작가와 같은 걸출한 신인작가도 나오지 않았다.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를 제외하곤, 주중 미니시리즈를 집필하는 이름 난 작가(‘닥터 이방인’ 박진우, ‘야경꾼일지’ 유동윤, ‘너희들은 포위됐다’ 이정선)들은 시청자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대체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지상파 드라마 시장의 위기를 더욱 무겁게 한다. 방송사에서 신인 작가와 PD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에 투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상파의 위기 극복을 위해선 스스로의 진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신인작가와 PD들이 활약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 실험적인 기획을 하는 단막극을 통한 투자도 하나의 방법이다”(‘내일도 칸타빌레’,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4’ 황의경 KBS CP), “드라마의 상품화를 위해 스타작가와 배우를 캐스팅해 해외시장을 겨냥하기 보단 고비용 구조를 탈피한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도로 자체경쟁력을 키워야 한다”(‘연애의 발견’ 함영훈 KBS CP)는 것이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KBS 드라마스페셜의 경우, 지난해 히트작이었던 ‘비밀’의 유보라ㆍ ‘학교2013’의 이현주ㆍ ‘굿닥터’의 박재범 작가를 발굴했다. 때문에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신인작가와 연출자, 배우를 발굴할 수 있는 단막극은 기본적으로 드라마 시장의 R&D(research and development, 연구개발)에 해당한다”며 “침체된 드라마 시장을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연구와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투자를 위해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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