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의 생선이야기] 모자반

모자반

서·남해안의 작은 섬들은 언제나 필자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꿈의 고향으로 삶의 모든 짐을 내려놓고 갯바위에 낚시대 드리우고 해안길을 산책하며 짬 나는대로 격랑속에 살아온 지난 세월을 돌아보는 것이 은퇴를 앞둔 많은 이들의 희망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주 고국의 케이블 TV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 -어촌편 ‘이 방영됐는데 유명 연예인인 차승원과 유해진이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을 달려서 도착한 만재도라는 섬에서 파도에 밀려 들어온 다시마,모자반(몰)을 주워 파래처럼 초무침을 해먹는 모습이 방영 됐는데 이를 본 많은 분들이 모자반을 찾아 지난 주 수입량이 동이 나고 말았다. 요즘 고국의 많은 TV들이 ‘먹방’프로를 편성하고 또 웰빙식품으로 추천하기에 좋은 제철 해산물을 중점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그동안 취급하기 어려워 망설이던 젊은 주부들이 적극적으로 생선코너를 찾고 있어 매우 기쁘다.

모자반은 해조류 모자반과의 대표적인 종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28여종이 있으나 이중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10여종으로 참몰,또는 참모자반,지충이,경단구슬모자반,괭생이모자반,잔가시모자반 등으로 불리며 갈조류인 모자반은 톳과 비슷한 모양 및 성분을 가지고 있으며 제주도 연안을 중심으로 서·남해안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요즘 신안군을 비롯한 제주도 근해에는 중국에서 해류를 타고 밀려오는 괭생이 모자반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괭생이 모자반은 깨알만한 수천 개의 공기주머니가 붙은 채 물에 떠다니는 해조류로 길고 억세서 먹을 수가 없는데 중국 발해만에서 해류에 밀려 내려와 만조 때는 수면 아래 잠기지만 간조 때가 되면 물밖으로 드러나 부패하면서 악취 뿐만 아니라 소형어선이나 보트는 줄기가 스크류에 감겨 기관고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복,다시마,김 양식장을 덥쳐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 신안군은 인력과 장비를 총 동원하여 지금까지 1,342톤을 수거하는 등 치워도 치워도 몰려오는 괭생이모자반으로 인해 어민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제주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한 몸국은 ‘몰망국’ 또는 ‘모자반국’으로 불리는데 돼지뼈를 푹 고아 나온 육수에 모자반을 넣고 끓이는 몸국은 잔치 때면 빠지지 않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청양고추와 대파를 듬뿍 넣으면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요즘 겨울 대구가 한창인 거제도를 가면 대구 대가리를 푹 고아낸 육수에 대구,모자반,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대파를 넣고 한소금 더 끓인 대구탕은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철의 별미로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단 음주계의 대표인사인 한상훈작가는 지금도 술만 마시면 꼭 찾는 해장국이 있는데 모자반에 육고기나 해산물을 넣고 젓국간장으로 간을 치는데 무엇보다도 소 내장에 모자반 해장국이 있으면 마음놓고 술을 마신다고 하는데 필자도 다음에 고국 방문을 하면 꼭 먹어볼 계획이다.

경기과학기술진흥원 바이오센터는 도내 중소기업인 (주)테라젠이텍스와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천연자원 추출물의 체지방 감소 유효물질’의 기술을 이전하고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나섰는데 바다에서 나는 모자반은 칼슘,요오드,철,등 무기염류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은 해조류로 우유보다 16배 많은 칼슘과 550배에 이르는 철분이 함유되어 있어 체지방 감소에 효과가 탁월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해조류는 약 30여 종으로 모자반,김,미역,다시마,파래,톳,매생이,곰피 등이 대표적인 식품으로 특유의 향기나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에 꺼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방송매체를 통해 다이어트는 물론 고혈압,당뇨,암 등 각종 질환들을 예방해 주는 슈퍼푸드로 널리 알려지고 있다. 필자 또한 지난 해에 이어 올 한 해도 최선을 다해 값싸고 품질 좋은 해조류 소개 및 보급에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 드린다.

지난 주에 30여년만에 처음으로 곰피국을 끓여 드셨다고 찾아오신 모 캐더링 사장님, 2주에 한번씩 모자반 5kg 씩 사다가 진공팩을 해서 김치냉장고에 넣고 드시는 김여사님 ,처음으로 파래무침에 도전한다며 레시피를 물어오신 젊은 주부님, 이분들이 계시기에 필자는 오늘도 검색창을 두드리며 향기로운 해초 바다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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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한남체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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