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은 출연자가 채팅 글에 살짝 흔들릴때 더 재밌다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요즘은 지상파들이 콘텐츠를 지상파답지 않게 만들 필요가 있다. 이미 해체되고 있는 지상파의 권위와 관습을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도 지상파가 이런 걸 내세우면 “건방을 떨고 있네”라고 한다.

이런 흐름을 캐치해 화제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다. ‘마리텔’은 지상파가 겸손해지는 시그널이다.

지상파 예능을 보면 PD와 스타를 배려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들어가 있는데(심지어 스타들을 굶기고 힘들게 하는 것도 알고보면 스타배려 장치다), 여기서는 오히려 네티즌을 우선 배려하고 특별 대우한다. 담당 PD는 채팅 참여자를 MC와 동급으로 여길 정도다. 네티즌의 공격적인 글에 의해 출연자들이 무안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 


‘마리텔’에서는 채팅창에 올라오는 글을 올려주는 자막이 가장 재밌다. 생각보다 공격적인 글들이 많다.(다솜의 말) 출연자가 이들 채팅 글로 인해 약간 열받으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채팅창에 ‘노잼’ 정도의 글만 올리면 출연자는 바로 ‘멘붕’이다.

다솜도 시를 읽다 분위기 파악을 못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채팅으로 용기를 주거나 칭찬해주지 않고 ‘핵노잼’ ‘핵별로’를 올리니, 약간 흔들렸다. 걸그룹이 화를 내면 최악이다. 다솜은 “지적인 사람은 지적을 아낀다”며 좋은 말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나는 이은결의 일루전 마술을 공연장에서 본 적이 있다. 스토리가있는 일루전 마술을 미리 준비한 대로, 연습한 대로 깔끔하게 해낸다. 하지만 ‘마리텔‘에서는 또 다른 이은결을 봤다.

‘사기’ 운운하는 채팅창을 보면 사람인 이상 열을 받게 된다. 이은결도 약간 페이스가 말리는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괜찮았다. 공연장에서는 정제된 마술을 보여줬다면, ‘마리텔‘에서 선보인, 다소 거칠지만 현장감이 살아있는 그의 마술도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뒤태종결자’ 예정화가 아이유의 ‘좋은 날’을 낮은 키로 부르자 체팅창 자막에는 “제부도 주민님 미안합니다” “고막아 미안해” “고막에 근육 생김” 등의 글들이 계속 올라온다. 이런 글 읽는 재미로 ‘마리텔’을 본다.

‘마리텔‘에 출연한 사람들이 하는 한결같은 말은 “너무 힘들다”다. 그건 당연하다. 그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배려해주고 쉴드쳐주는 프로그램, 시청자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면 다 지워버리는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했으니, 쉬울 수 밖에.

이제 그런 쉬운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상파 중심에서 케이블, 거기에 인터넷, SNS, 모바일로 다양화된 플랫폼 시대에는 시청자를 배려하는 콘텐츠가 살아남는다. 누구나 콘텐츠만 좋으면 미디어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작은 방송국들의 치열한 대결 모습은 그래서 아름답다. ‘마리텔’의 인기는 사실은 지상파의 위기를 의미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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