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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은행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유가증권 운용 등 현지 자본시장을 겨냥하기보다는 주로 현지 동포와 한국 기업 지상사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 치중한 결과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조차 제한된 시장을 놓고 한국계 은행끼리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해외 은행의 신흥국 진출전략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주요 은행이 거둔 해외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별로 1~7%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이 7.0%로 그나마 가장 높고 그다음이 신한 5.8%, 우리 3.7%, 하나 1.8%, KB국민 1.1% 순이다.
이런 실적은 내수시장 포화와 저금리라는 비슷한 환경에 처한 일본·호주 은행들의 해외진출 성과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아시아 지역에 진출한 일본 은행들의 해외수익 비중은 30%에 달한다. 호주 은행들도 영국, 미국, 아시아지역에서 연수익의 16~17%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는 일본과 호주 은행이 해외 유가증권 투자 등 자본시장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반면 한국계 은행의 해외 유가증권 투자 실적은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계 은행들의 해외부문 총자산은 2010년 564억5천만 달러에서 지난해 873억3천만 달러로 54.7% 늘었는데 이는 주로 예금(85억3천만 달러)과 대출(126억3천만 달러) 증가 때문이었다. 총자산 중 유가증권 규모는 54억5천만 달러에서 50억8천만 달러로 오히려 6.8%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 가운데 유가증권 비율은 2010년 9.7%에서 작년 5.8%로 낮아졌다.
해외부문 순영업이익 중 유가증권 투자로 발생한 이익은 2천만 달러(1.0%)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본의 해외 진출 은행들은 전체 영업이익 중 유가증권 관련 수익 비중이 1999년 19.0%에서 2002년 25.0%로 증가한 이후 25%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 연구소 주윤신 수석연구원은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은행들은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부 전문가를 유치하는 등 해외 유가증권 운용 및 발행 업무와 관련된 우수인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지 정부기관 및 대형 금융회사와의 연계 강화 등을 통해 투자대상 발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