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일] 제일기획의 삼성 라이온즈 인수, 예의 주시하는 스포츠계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제일기획의 프로야구단 삼성 라이온즈 공식 인수일(2016년 1월 1일)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제일기획은 지난 11일 삼성 라이온즈 주식 12만9000주를 6억7596만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제일기획은 삼성전자·SDI·전기·물산으로부터 삼성 라이온즈의 지분 64.5%를 6억7500만원에 취득했다. 이에 따라 삼성 라이온즈에 대한 제일기획의 지분 비율은 67.5%로 늘었다.

그룹의 스포츠 역량을 제일기획 주축으로 재편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제일기획은 앞서 그룹 내 4개 프로스포츠 구단(축구단, 남·녀 농구단, 배구단)을 인수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진두지휘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20여년 간 축적해온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역량과 보유 구단 간의 시너지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 삼성 라이온즈를 더욱 강력한 명문구단으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로스포츠 구단의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과 팬 서비스를 통한 수익 창출이 절실하다는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제일기획의 글로벌 마케팅 솔루션 역량이 이에 도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 제일기획은 축구단 인수 후 K리그 유료 관중비율 1위 달성, 유소년 클럽 등 선수 육성시스템 강화, 통합 패키지 스폰서십과 브랜드데이 도입 등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스포츠 구단 마케팅 혁신 작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팬들에게 보다 만족스러운 볼거리와 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 구단에 종합적이고 전문적인 솔루션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즉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어졌던, 우승에만 매몰된 낡은 운영 방침 대신 진정한 프로 구단으로서의 가치와 수익 창출을 적극적으로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KDB대우증권은 15일 제일기획에 대해 삼성라이온즈 인수로 스포츠 마케팅 사업 확대 및 매출 증대가 기대된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원을 유지했다.

문지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제일기획의 실적은 최근 정체 상황이었으나 삼성라이온즈를 비롯한 스포츠 구단 운영으로 인해 1차적인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스포츠 관련 마케팅 사업으로 2차 매출 효과를 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인수한 스포츠단들은 자생력을 갖추기 전까지 기존 계열사들의 지원이 계속될 예정이다. 하지만 제일기획 자체적으로도 스포츠 구단 통합 운영 및 마케팅 강화로 실적 관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스포츠계 반응은 시장과 다소 온도 차가 있다. 통합 관리가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자생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제일기획이 내건 ‘사업 기회 창출’, 즉 수입 다변화와 수익 개선은 국내 스포츠 시장 구조 속에서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 때문에 손쉬운 ‘비용 절감’이 선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당장 삼성 라이온즈는 올 겨울 FA 박석민(NC)의 이탈을 막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계약에도 뜸을 들이며 종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올해 삼성중공업 럭비단과 삼성증권 테니스단을 해체하면서 아마추어 스포츠계도 긴장하고 있다. 삼성은 이제 육상(삼성전자) 태권도(삼성에스원) 탁구 레슬링(이상 삼성생명) 배드민턴(삼성전기) 둥 5개 아마추어 팀만 운영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대기업 프로 구단에 몸 담았던 타 종목 관계자는 “구단 운영의 효율성 면에서 보면 하나의 스포츠컴퍼니로 통합되는 게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업들이 다 어려운 상황이라 비용 절감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무작정 줄이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삼성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동종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나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구단과 기업들이 제일기획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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