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생각’의 스토리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하여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기까지 약 3년여에 걸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한상렬(임시완 분)’은 전쟁으로 소중한 가족도, 지켜야 할 동료도 모두 잃고 우연히 전출 명령을 받아 부산으로 향한다. 이후 그는 부대 내에서 부모를 잃고 홀로 남은 아이들과 조우한다. 한상렬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들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고 음악이라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합창단’이라는 구상을 기획한다.
한상렬은 자신의 뜻을 부대장에게 피력한다. 처음엔 반대도 있었으나 전쟁고아 합창단이 이승만 대통령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란 말에 부대장은 속물처럼 승낙한다. 그렇게 한상렬은 전쟁고아들을 모아 합창단의 모습을 점차 꾸며나간다. 부대장과 호형호제하는 갈고리(이희준 분)는 이 합창단에 동구(정준원 분)-순이(이레 분)남매를 투입시켜 군수물자를 빼돌리려고 한다.
합창단으로 모여진 아이들은 어른들과 이데올로기의 잘못으로 남겨진 피해자로 표현된다. 사실 ‘오빠생각’에서 가해자는 부각되지 않는다. 전쟁통이라는 그 상황자체가 가해자이며 전시 속 전쟁 고아들을 이용 혹은 전쟁 고아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인물군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오빠생각’의 감동은 바로 이 일상성에서 비롯된다. 영화 속 리얼한 전쟁의 파편들이 담기긴 하지만 이한 감독은 ‘전쟁고아’들과 주위의 ‘어른들’에 한층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 합창이라는 ‘아름다움’이 더해지면서 전쟁이라는 험악한 상황과 대조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보는 이들의 ‘감동’을 이끈다.
선택한 적도 없고 원한적도 없는 전쟁의 상황 속 ‘음악’은 등장인물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구원’처럼 그려진다. 극중 아이들의 합창에는 순수함이 있고 ‘전쟁의 힘’과는 또 다른 ‘음악의 힘’이 느껴진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전쟁의 본질이라면 사람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 음악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오빠생각’은 휴머니즘과 감동 포인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 지점은 ‘오빠생각’에 감동 만큼의 재미가 있느냐다. 이 작품은 전쟁고아라는 진지하고 쓰라린 소재를 다루기에 일정부분 유머를 포기해야 하는 장르적 한계가 있어 보인다. 물론 극의 전개상 전쟁고아들과 군인들은 전시 중이기에 희희낙락 웃을 수가 없다. 하지만 관객들의 웃음까지 마르게 만드는 건 안타까움을 살 수 있다. 음악과 함께 웃음 역시 고단한 삶과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게 하는 ‘긍정의 빛’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필자가 말하는 유머란 아무생각없이 떠드는 ‘막장 코미디’가 아니다.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처럼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겸비한 그 무엇이다. ‘오빠생각’에도 그런 시도가 몇몇 녹아있으나 감동에 훨씬 더 치중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생은 아름다워’의 귀도(로베르트 베니니 분)는 극중 유태인 말살 정책 속에서도 아들을 위해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행동을 지었다. 영화 속 귀도의 아들이 웃을 수록 관객들의 가슴은 먹먹해졌다. 예컨대 이런 시도가 감동과 웃음을 아우른 적절한 ‘따듯한 유머’였다고 볼 수 있다.
‘오빠생각’은 2016년 1월을 맞아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아픔과 그 속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순수한 사람들’의 메시지로 스크린을 찾는다. ‘변호인’의 임시완과 ‘해무’의 이희준이 주연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오빠생각’이 ‘감동코드’라는 강점과 배우들의 열연을 통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극의 재미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슈팀기자 /akasoz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