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조정래 감독이 ‘나눔의 집’에서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간지 14년 만에 개봉한 ‘귀향’. 14년이라는 숫자 속에 담긴 우여곡절 이야기도 드라마틱하지만, 국내 개봉에 이어 미국 전역과 캐나다에까지 개봉관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국내에서 개봉한 지 보름만인 11일, ‘귀향’은 해외로 뻗어나갔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CGV와 댈러스 시네오아시스에서 개봉한 것. 개봉 둘째 날 3회차에는 80% 이상, 4회차에는 90% 이상의 높은 좌석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진=‘귀향’ 스틸컷] |
[사진=‘귀향’ 스틸컷] |
25일부터는 뉴욕 맨해튼, 뉴욕 퀸스, 뉴저지, 시카고, 산호세, 시애틀, 애틀란타, 샌디에이고 등 8개 지역에서 추가로 개봉한다. 미국 주요 도시를 대부분 커버하면서 미국 내 상영지역은 10곳이 된다. ‘귀향’은 캐나다에도 개봉관을 확보했다. 오는 18일부터 토론토와 벤쿠버 극장에서 상영된다.
북미를 비롯해서도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대만 등에서도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상영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영화홍보사 시네 드 에피 관계자는 “유럽 지역에서의 개봉도 현재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애플 TV와 아마존 TV에 서비스하는 KORTV를 통해서 미국과 캐나다, 영국에서 디지털 상영도 진행되고 있다. 애플TV와 아마존TV를 통해 상영되는 한국 영화로는 ‘귀향’이 최초다. 영화배급사 와우픽쳐스에 따르면 ‘귀향’은 앞으로도 이 3개국에서 디지털 상영을 꾸준히 오픈할 계획이다.
‘귀향’은 전쟁 중이던 1943년을 배경으로 열네 살이던 정민(강하나)과 영희(서미지)가 영문도 모른 채 일본군 손에 이끌려 가족의 품을 떠나 차가운 전장 한가운데 버려지면서 끔찍한 고통을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이 영화의 바탕이다.
온 국민이 지켜보는 ‘위안부’라는 소재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영화 제작비의 절반 이상인 12억 원이 7만5000여 명의 국내외 후원자들의 크라우드 펀딩으로 조성됐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귀향’은 16일까지 누적 관객수 324만3453명, 누적 매출액 246억원을 기록했다. 12~13일 ‘주토피아’에게, 14일에는 ‘널 기다리며’에게 잠시 자리를 빼앗겼던 박스오피스 1위도 다시 탈환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