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진의 예고편] ‘미스(miss)’ 투성이인 ‘미스컨덕트’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한국 영화 관객은 ‘범죄 스릴러’ 장르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추격자’(2008), ‘악마를 보았다’(2010), ‘신세계’(2013) 등 탄탄한 줄거리와 긴장감을 동시에 잡은 완성도 높은 스릴러가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권력형 비리 사건을 다룬 이야기일 경우 기대는 더하다. 한국은 일년에도 수십 편의 스릴러 영화가 쏟아지는 곳이다.

이병헌의 할리우드 출연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스컨덕트’(감독 시모나라 산타로)’는 범죄 스릴러의 기본 요소인 ‘스토리’와 ‘긴장감’ 둘 다 잡지 못한 모양새다. 


젊고 패기 있는 변호사 벤(조쉬 더하멜)은 어느 날 옛 연인으로부터 재벌기업 회장 아서(안소니 홉킨스)의 비리 내용을 담은 자료를 넘겨받는다. 벤은 이 자료를 가지고 아서를 완전히 무너뜨리고자 하는 승부욕에 불타오른다. 그동안 아서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줄줄이 패한 벤의 로펌 CEO 찰스(알 파치노)는 벤을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그를 지지한다.

그때 제보자였던 옛 연인이 숨진채 발견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 와중에 아서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제시하며 합의를 제안한다.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향방에 초조해하는 벤과 벤의 아내 주위에는 히트맨(이병헌)이라는 의문의 남자가 비밀스럽게 맴돌며 그들을 위협한다.


영화는 할리우드판 ‘내부자들’이라는 이름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재벌기업 회장, 로펌 대표 등 ‘가진 자’들과 비리를 파헤치려는 변호사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것만으로 유사성은 충분했다.

‘대부’ 시리즈의 알 파치노, ‘양들의 침묵’의 안소니 홉킨스가 생애 처음으로 한 영화에서 연기 대결을 펼쳤다. 더불어 이 영화에 한국 배우 이병헌이 나란히 출연해 메인 포스터에 얼굴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렸다. 조쉬 더하멜, 줄리아 스타일스 등 연기파 할리우드 배우들의 얼굴도 반갑다.

그러나 스토리는 너무나 엉성하다. 권력형 비리를 좇던 변호사의 고분군투는 어느새 남녀 간의 치정에 대한 뻔한 스토리로 흘러간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압축시켜 놓은 듯한 “세상에 옳고 그른 건 없어, 진실만 있을 뿐이지”라는 이병헌의 대사도 공허하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반전도 생뚱맞게 느껴질 뿐이다.

재벌기업 회장, 변호사, 로펌 대표, 옛 연인 등 캐릭터들도 너무나 전형적이다. 전설적인 명배우들의 열연으로도 입체적으로 살아나지 않은 캐릭터에 아쉬움이 남는다. 


노출장면에서의 어색한 블러 처리는 영화 몰입을 방해할 정도다. 15세 관람가를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탄탄한 범죄 스릴러를 자주 접해 웬만한 수준으로는 만족하기 어려운 한국 관객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진다.

다만, 히트맨 캐릭터를 연기한 이병헌은 극에 적절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비밀스러운 캐릭터라는 설정만큼이나 그가 누구인지 영화적 설명은 불친절했지만, 장면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열연은 돋보였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5분.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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