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상현, “왜 연기하는지 몰랐었다…“‘욱씨남정기’가 날 바꿔놔”

[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오스카(SBS ‘시크릿 가든’ 역)랑은 비슷해서 끌렸고, 남정기(JTBC ‘욱씨남정기’ 역)는 반대여서 끌렸어요.”(윤상현)

첫 눈에 봐도 남정기보단 오스카였다. 실제 성격을 묻는 질문에 “욱하고 직설적이고 할 말 못하고 그런 건 없다”고 말한다. 영락없는 ‘쿨(Cool)’ 남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배우 윤상현을 만났다. “요즘은 육아에 전념하고 있어요.” 윤상현은 지난 3개월 간의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남편이자 아빠로 돌아갔다. “연기보다 육아가 힘들어요. 연기는 감독님이 원하는 걸 말해주시지만 애는 뭘 원하는 지를 모르니까요.”

윤상현은 지난해 2월 가수 메이비와 결혼해 그 해 12월 딸을 출산했다.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등 ‘딸 바보’에 이어 ‘국민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말도 안된다”고 손사레를 쳤다. “솔직히 말해 메이비씨에 비하면 하는 게 별로 없어요. 제가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고 집안일을 도와주긴 하지만 메이비씨가 집에서 하는 게 저보다 훨씬 많아요.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아니라고 했지만 ‘사랑꾼’이라는 별칭은 괜히 얻은게 아니었다.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윤상현은 결혼 후 JTBC ‘욱씨남정기’로 돌아와 소심한 ‘슈퍼 을’ 남정기 과장을 연기했다. “저랑은 성격이 정 반대예요. 오히려 ‘욱다정’에 가깝죠. 주변에 남정기처럼 소심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분들이 하는 걸 보고 연구했어요.”

윤상현은 ‘욱씨남정기’가 “나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말했다. “전에는 내가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12년 차 배우에게도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예전엔 연기하는 이유는 돈이었죠. 돈으로 삶이 풍요로워 지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돈 보다는 이 일을 하면서 즐기고, 카메라 앞에서 최선을 다 할 때 행복이 오는 구나. 이 드라마를 찍고 그걸 배웠어요.”

사진=윤병찬 기자/yoon4698@heraldcorp.com

작품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출연료 때문이 아니라 이제는 대본을 먼저 볼 것 같아요. 출연료를 이 만큼 준대도 안해요. 카메라 앞에서 즐길 준비가 되면 그 다음부터 시작하려구요.”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는 ‘욱씨 남정기’ 이후가 아니라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였다. ‘욱씨 남정기’를 선택한 기준도 ‘돈’이 아니었다. “가장으로서 살아가는 삶, 옛날에 그냥 흘려보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공감이 정말 많이 갔어요. ‘책임’이라는 게 가장 크게 와닿았어요. 요즘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대사로 그대로 옮겨져 있더라고요.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연기해야겠다는 걸 알았어요.”

윤상현이 꿈꾸는 삶은 배우보다는 아빠, 남편에 가까웠다. “맨날 머릿속으로 상상하는게 애들 둘셋 낳아서 같이 여행가는 거예요. 아껴놓은 데가 있어요 안가고. 스페인이랑 오스트레일리아 이렇게 같이 가려고요. 제가 꿈꾸는 건 아이들과 함께 그런 꿈이에요.”

배우로서는 망설임 없이 “주성치”를 꼽았다. “어렸을 때부터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나 주성치가 연출한 영화를 보면서 우리나라는 왜 이런걸 못 만들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런 영화 한번 찍어보고 싶어요.”

가수로서의 꿈도 아직 놓지 않았다. “이번에 첫 싱글이 나왔는데 계속 나올거예요 아마. ‘월간 윤종신’처럼 계속해서 나올 거예요.(웃음)”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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