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이 힘이다③] 인강, 가짜 소설, 인증샷 놀이까지…바이럴은 진화한다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국내 관객수 역대 1위 ‘명량’(1761만명)과 외화 관객수 3위에 오른 ‘인터스텔라’(1030만명)의 공통점은?

바로 ‘인강(인터넷 강의)’이다. 10분 남짓한 길이로 역사 속 인물이나 과학이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강의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인강은 SNS를 타고 공유에 공유를 거듭했고, ‘영화를 알고 보는 재미’에 빠진 관객은 영화관으로 몰렸다.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인강을 영화 마케팅에 도입한 첫 사례였다. 당시 ‘광해’의 홍보를 맡은 퍼스트룩의 강효미 이사는 “당시만 해도 인터넷 강의는 수능이나 자격증을 위한 컨텐츠였지만, 엔터테인먼트와 에듀케이션을 결합해 정보전달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로 기획했다”라며 “당시 설민석 강사가 ‘무한도전’(MBC)에 출연하면서 이슈가 됐고 강의 스타일이 대중에게 친숙해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에듀테인먼트’의 탄생이었다. 


이때부터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줄줄이 인강을 제작해 바이럴(viralㆍ입소문)을 노렸다. ‘국제시장’(2014), ‘사도’(2015) 등이 공식을 따랐다. 설민석 강사는 영화 ‘인강’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가장 폭발적인 반응은 ‘명량’(2014)에서 나왔다. 1ㆍ2부로 나뉘어진 영상에서 각각 네이버 TV캐스트 기준 88만, 61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유투브에선 61만, 108만 조회수를 모았다. ‘명량’의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예상 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라며 “인강의 인기가 흥행을 견인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블랙홀, 타임워프 등 복잡한 과학 이론을 소재로 한 SF영화 ‘인터스텔라’(2014)에서도 인강이 힘을 발휘했다. ‘인터스텔라’의 수입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메가스터디 김성재 강사를 영입해 과학 강의 동영상을 찍어 공개했다. 


줄줄이 ‘인터스텔라의 과학’을 설명하는 강의과 서적 등이 인기를 끌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디스커버리채널 등도 특별편성에 앞장섰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편성마케팅팀의 김가은 대리는 “5일간 ‘인터스텔라의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편성된 다큐멘터리들의 시청률이 전주 동 시간대 대비 125% 상승했다”라며 “당시 ‘인터스텔라’에 나온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시청률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강이 재관람을 이끈 측면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알고 보는 재미’로 한 번 더 관람을 택한 관객들이 많다는 해석이다. 10일 CGV에 따르면 ‘명량’의 재관람률은 7.5%, ‘인터스텔라’의 재관람률은 6.7%에 달했다. 비슷한 천만영화의 평균 재관람률은 5%대 정도다.

지난해 개봉한 ‘특종:량첸살인기’에서는 독특한 바이럴 마케팅이 고개를 들었다. 영화를 연출한 노덕 감독이 극 중 실마리를 푸는 소재로 등장시킨 ‘량첸살인기’라는 소설책을 두고 벌어진 소동이었다.

허구의 소설책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마치 실제 존재하는 소설인 양 이런저런 설명이 따라붙었다. “길림성 정부 최고 문예상인 장백산 문예상을 수상했다”, “살인자의 심리를 그대로 담아내 절판됐다”, “국내 소설 수집가들에 의해 10권가량 남아있다”는 등의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영화와 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의외의 곳에서 바이럴이 ‘빵 터진’ 영화도 있었다. 2014년 ‘히말라야’의 포스터 인증샷 놀이 이야기다. A4 크기의 영화 팸플릿을 가득 채운 주연배우 황정민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고 찍는 인증샷이 묘한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시작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정유미의 사진 한 장이었지만 곧 네티즌 사이에서 유행으로 번졌다.

홍보 전문가들은 바이럴 마케팅의 승패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있다고 분석한다. 강효미 퍼스트룩 이사는 “입소문이라고 해서 네티즌들에게 반강제적인 노출도를 높이는 것 보다는,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고 싶게 만드는, 참여하게끔 하는 바이럴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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