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된 ‘아침마당’의 미덕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 KBS의 대표적인 아침프로그램 ‘아침마당’이 지난달 25주년을 맞았다. 오래된 포맷이지만, 특별한 설명이 필요없는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이 나와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시청률도 높은 편이다.

‘아침마당’을 습관적으로 보는 주부들도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주는 익숙함 때문이다. 주부들이 아침에 짬을 내 틀어놓고 보는 프로그램이므로 부담이 있으면 안된다. ‘아침마당’은 포맷 등에서 볼때 그 정도 수준에서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그러면서 그때 그때 시의성 있는 내용들을 전달해왔다. 최근 화제가 된 이슈들은 특강 형식으로 풀어주기도 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나와 알찬 정보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출연해 자신의 개인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25주년을 맞은 KBS ‘아침마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KBS의 대표적인 아침프로그램이다.
25주년을 맞은 KBS ‘아침마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KBS의 대표적인 아침프로그램이다.

‘아침마당’속에는 일상이 있고 이웃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속에 약간의 감동이 있다. 요일별로 다루는 내용과 주제, 포맷이 특화돼 있는 것도 장점일 수 있다. 이런 요소가 정보적 가치와 함께 재미와 감동을 준다.

특히 월요일 방송되는 고급정보열전은 각 분야 전문가 5인이 펼치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정보대결이다. 퀴즈를 내고 그 퀴즈를 알아맞히게 하면서 정보를 주는 방식이다. 3주동안 시청자가 준 점수를 집계해 최하위 1명을 탈락시킨다. 하지만 누가 살아남고, 누가 탈락하는 서바이벌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 더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엿보인다. 소구력이 떨어지는 정보를 제외하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며 긴장감을 유지한다. 올해 1월 1일부터 신설된 고급정보열전의 포맷은 시의적절해 보인다.

수요일마다 방송되는 전국이야기대회는 시청자들의 이야기 경연대회로 일반인의 진솔한 삶을 들어볼 수 있다. 상처와 갈등을 극복하고 역경을 이겨낸 대부분의 사연은 감동적이기도 하다. 가슴에 훨씬 더 잘 와닿는 이야기대회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

‘아침마당‘은 ‘6시 내고향’과 함께 25년간 이어져 오면서 생긴 장수프로그램의 미덕이 존재한다. 이를 한마디로 하면 안정감이다. 이 점은 프로그램의 경쟁력이자,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이유이며 고정 시청층을 대거 확보한 비결이기도 하다.

‘아침마당’은 이금희라는 진행자의 힘도 크다. 이금희와 윤인구 아나운서 등 MC에 대한 신뢰도가 작용한다. 

25주년을 맞은 KBS ‘아침마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KBS의 대표적인 아침프로그램이다.
25주년을 맞은 KBS ‘아침마당’은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KBS의 대표적인 아침프로그램이다.

‘아침마당’이 토크쇼 형식이므로 진행자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아침마당’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진행자와 패널이 편안하게 해줘 말을 잘 할 수 있었고 방송울렁증까지 극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반인들이 출연자들로 나온다면 진행자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금희 윤인구 아나운서는 이들에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은위 씨(행복 미디어 바라기)는 “정감 어린 진행자들의 편안한 진행으로 인해 오래된 재래시장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정감 어린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침마당’은 아쉬운 점과 보완해야할 점들도 더러 눈에 띈다. 익숙함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포함하는 말이다. 변화가 별로 없어, 새로운 시청층 유입이 어려울 수 있다. 세월이 가면서 시청층이 조금씩 바뀔 수 있는데, ‘아침마당’이 변화하는 시청자층에 발맞춘 포맷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과도하고 쓸데없는 수다가 시청을 방해할 때도 있다. 금요일 생생토크에 나오는 연예인은 무려 12명 정도나 된다. 가만히 있다가는 말 한마디 하기도 쉽지 않다. 말을 자주 하는 사람은 ‘토크 파이터’ 같은 느낌이다. 패널 수를 줄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방송사고급에 해당되는 ‘뽀빠이’ 이상용의 무리수 발언이 나왔다. “똑똑한 여자는 예쁜 여자한테 못당하고 예쁜 여자는 시집 잘 간 여자한테 못당하고, 시집 잘 간 여자는 아들 잘 난 여자한테 못당한다”는 여성 비하적인 발언이 생방송이라 걸러지지 못하고 방송을 타게됐다.

패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건 좋지만, 이처럼 무리하고 민망하며 불편한 발언이나 과학적이지 못한 발언들이 나와서는 안된다. 종교 관련 발언은 각별한 주의를 요하고, 치매 예방법 등 의학관련 발언은 의학적으로 검증된 사실만 방송되어야 한다. 또 출연자에게 용기를 주는 점에서 패널들의 리액션은 좋지만 ‘답정너’처럼 너무 뻔할 때도 있다.

이런 점들은 전문성과 보편성의 균형 문제인데, 전문성으로 너무 가면 어려워지고, 보편성으로 너무 가면 정보로서의 가치 떨어지므로, 이 균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진행자가 오래돼 편안하지만 타성에 젖을 수도 있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MC의 리액션은 좋지만 순간적으로 깊이있게 파고들지 못할 때도 있다. ‘아침마당’은 현재의 포맷에서 제대로 못보여주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창조적 파괴’가 조금은 필요해 보인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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