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유미(36)의 말에서 ‘부산행’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영화를 떠나보낼 땐 뒤도 돌아보고 싶지 않거나(고생을 너무 많이해서), 찝찝하거나(뭔가가 부족해서), 홀가분하다(그런대로 만족해서)는 배우가 일반적인 반면, 정유미에게는 ‘부산행’을 ‘너무나 좋아해서 아쉬워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부산행’ KTX에 함께 탑승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뚝뚝’ 떨어졌다. ‘부산행’에서 임산부인 성경으로 분한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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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NEW 제공] |
“칸 영화제에서 영화 보고 나서요, ‘우와, 감독님 영화 진짜 잘 만들었다’, ‘오빠(공유)는 언제 저런 걸 다 했지’ 하고 감탄했어요. 좀비도 마찬가지예요. 생소한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없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말이 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신기해요.”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깨알 홍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유미에게 ‘부산행’은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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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뭔가 새로운 느낌이 있어요. 데뷔하는 느낌도 들고…. 이 산업 안에 정말 많은 배우가 있는데 ‘그 중에 나라는 작은 사람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된 영화예요.”
정유미는 2004년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데뷔한 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고 작은 작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아 왔다. ‘카페 느와르’(감독 정성일)를 비롯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옥희의 영화’, ‘우리 선희’(이상 감독 홍상수) 등 예술영화들에 꾸준히 얼굴을 비췄다. 박중훈과 호흡을 맞춘 ‘내 깡패 같은 애인’, 공유와 공동 주연한 ‘도가니’, 특별출연한 ‘히말라야’ 등 상업영화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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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서울예대 영화과) 다닐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은 맞지만, 촬영하는 것만 좋았고 어떤 기획이나 대단한 포부를 가지고 시작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점점 그 와중에 나를 바라보는 어떤 시선들이 생기고, 그걸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내 생각만 하고 무엇을 한다 해도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또 그게 맞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변하지 않은 건 계속해서 좋은 팀을 만나서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거예요. ‘부산행’을 하면서 이 일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부산행’의 신선함도 신선함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정유미를 잡아끈 것은 “김수안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한 마디였다.
“수안이는 이 영화를 찍기 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였어요. 수안이가 나온 작품은 다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랑 같이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은 거예요. 수안이 연기 보면서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 근데 난 왜 안되지’ 하고 생각했는데 만나서 정말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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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석우(공유)의 딸로 등장하는 김수안에 대해 이야기할 땐 정유미의 눈이 특별하게 빛났다. 영화에서 정유미는 김수안에게 젤리를 건네주며 살갑게 대하기도 하고, 급한 상황에서 손을 잡고 뛰기도 한다. 남편 상화 역의 마동석만큼이나 함께 하는 장면이 많다. “처음 만났을 땐 바보같이 질문했다니까요. “수안아, 연기할 때 무슨 생각해?” 그런데 수안이가 “으음, 무생각?” 이러는 거에요.” (웃음)
마동석에 대해서도 “우리 둘이 잘 어울린다고 사람들에게 주입하고 있는데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주변에서 처음엔 어울릴 수 있겠느냐며 걱정했어요. 사실 영화에는 여러 배우들이 나오고 마동석 선배님이랑 직접적으로 호흡을 맞출 부분이 많진 않았어요. 떨어졌다 만나고, 다시 떨어지고 그러니까요. 그 와중에 정서를 나누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선배님이 감성과 이성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걸 보고, 저도 자연스럽게 부부처럼 바라봐지게 되더라고요.”
‘부산행’으로 110억짜리 ‘큰 영화’에서 제대로 기지개를 켠 그는 앞으로도 “좋은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고 희망했다. 연기를 한껏 펼칠 ‘좋은 배역’을 만나고 싶다는 보통 배우들과 또 달랐다.
“저만 돋보이는 건 싫어요. 이야기가 좋아야 저도 돋보이는 거잖아요. 좋은 이야기에서 주인공을 맡으면 좋겠지만 조연, 단역, 아니면 잠깐 나오는 특별출연이라도 의미 있는 작품의 한켠에 제가 있을 수 있다면 언제나 만족해요. ‘부산행’도 주인공이 일곱 명이지만 단역도, 액션배우도 많아요. 그분들이 자기 하나만 잘 보이려고 연기한 게 아니잖아요. 영화가 잘 되면 그분들도 굉장히 뿌듯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jin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