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쉬하고 화려한 외모의 배역이었지만, 시끄럽지 않고 차분하게 존재감을 발산하며 그 덕분에 호감도도 늘릴 수있었다.
이청아는 게임회사 CEO이자 첫사랑인 류준열을 되찾기 위한 과정에서 초반 잠깐동안 ‘악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설희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설희는 사랑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쿨’한 모습과, 제수호가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 위풍당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오히려 악녀 이미지를 남기기는커녕 ‘걸크러쉬’ 캐릭터의 매력을 만들어냈다.
“설희는 익숙하게 흘러갈 수 있는 역할이고 타당성 없이 갈 수 있는 캐릭터 였는데, 작가님이 잘 그려주셨다.”
하지만 이청아의 연기도 한몫했다. 설희는 아무리 좋게 설정되어도 부잣집 딸, 오랜 유학 생활 등 설정만으로도 미움을 살 수 있는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외모적으로 뒷받침 안되면 공감되기 힘든 캐릭터를 화려하고 멋있는 스타일링으로 세련된 여성으로 그려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설희가 조금 얄밉고 재수 없게 보일 수도 있다. 내 성격이원래 시원, 털털하다. 설희는 내 성격 반, 주변에서 끌여다 쓴 것 반이었다.”
이청아는 설희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았다. 영어 억양도 신경을 썼다. “학창 시절 재미교포 동기가 있었는데, 얄미운 것 반,부러운 것 반, 이걸 활용하자고 생각했다”고전했다.
제수호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나면 설희의 멜로 역할이 끝나 존재감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도 알고 연기해나갔다고 했다. “그 시점이 설희의 클라이맥스였으며, 그 이후에는 스포츠 에이전트로서 설희의 본래 역할에 충실하면 됐다.”
이청아는 우선 대화하기에 편했다. 인터뷰란 무엇인가? 서로(inter) 보는(view) 것이다. 이청아는 서로 보는 것을 잘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잘 살피고,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 같았다.
“드라마에서 내가 분량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 전체, 통일감이 중요하다. 연기도 예전에는 개인 기량과 감정을 중시했지만 이제는 배우와 대본, 스태프들과의 호흡, 밸런스, 조화를 중요시한다. 호흡과 조화가 잘되면 제가 조금 못해도 잘 어울린다. 제가 균형을 깨면서 돋보이려고 하는 연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시원 털털하던 이청아가 ‘바벨250’에 출연하고 있는 남자친구 이기우에 대해서만큼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바벨250‘은 리얼리티물이다 보니 이기우가 이청아의 전화를 받는 게 나온다.이기우가 미인인 안젤리나를 바라볼 때 자막에는 “청아만 아니면…”이라는 자막도 올라온다.
“연기자로서 조심스럽다. 시청자들은 환상을 가져야 하는데, 예능에서 효과를 못주고 방해가 된다면 안된다. 나 때문에 (이기우씨가) 멜로를 못한다면 안된다. 공개연애가 늘 조심스럽다. 잘 되면 좋지만 잘 안될 때는 슬프다.”
이청아는 앞으로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드라마 ‘굿와이프’를 좋아하고 한국판도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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