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해명에 ’경질론‘ 진화 조짐…앞으론 ’설화(舌禍)‘도 퇴출 이유될 듯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다른 나라 축구 감독은 패배나 예선탈락 등 거듭된 나쁜 성적 때문에 퇴출 논란에 휩싸이거나 경질됐지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 슈틸리케 감독은 ‘말’ 때문에 축구팬들의 거센 반감과 함께 “떠나라”는 요구에 시달렸다.

아무리 성급한 한국팬이라도 ▷한 번의 석패, ▷예상되던 스코어, ▷적지에서의 고전을 갖고 감독 퇴진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격려하며 힘을 북돋는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문제는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 어웨이전 직후 인터뷰때, 패배의 탓을 고스란히 선수들에게 돌리고, 한국 축구의 뿌리 깊은 숙명 때문에 진 듯한 말을 한 것 때문에 불거졌다.

축구팬과 네티즌은 물론이고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신문선 해설위원도 선수 탓 만 하는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사진=OSEN]

슈틸리케 감독이 문제의 발언이 나온지 하루 뒤, 그런 말을 했던 배경에 대해 해명하면서 ‘경질론’은 급속히 봉합, 진화되는 분위기이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11일 이란전 패배 직후 “(카타르) 세바스티안 소리아와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 졌다. 슈팅도, 드리블도, 패스도 모든 것이 되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이 1차 목표인데 오늘처럼 경기한다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언급해 비난 세례를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12일 오후 테헤란 에스테크랄 호텔에서 이란전 직후 발언에 대해, 선수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했던 이야기가 와전되면서 오해가 빚어졌음을 언급했다.

그는 “나도 감정이 격해진 부분이 있다. 준비한 것이 하나도 안되어, 내 스스로에게 크게 화가 났다”며 패배의 원인이 자신에게도 있음을 부분적으로 시인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전 지동원에게 ‘저돌적이고 적극적으로 소리아가 했던 것처럼 하라’고 주문했는데, 그런 선수와 같은 플레이를 분석하고 준비하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이 위기를 극복하고 추스르는 것이 필요하다. 스스로 객관적으로 파악하자면 사실 어제와 같은 경기가 계속되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대체로 “경기 중 너무 위축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경기전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는데 안됐으니, 이해가 간다”, “차라리 솔직한 모습이고 일리있는 얘기이다”, “아직 경질을 논할 때가 아니고, 힘을 모아줄 때”라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한때 크리스티안 그로스 전 FC바젤감독이 슈틸리케의 후임이 될 것이라는 루머가 나올 정도로 슈틸리케 퇴진론이 거셌지만, 13일 들어 진화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앞으로 비슷한 일이 재발할 경우, 책임을 선수에게 전가하거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지도자는 경기 결과를 떠나 과감히 경질해야 한다는, 새로운 퇴출 이유가 생길 것 같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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