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칼럼] 정치의 게임화 경향이 말해주는 것

게임에 대해 ‘중독’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금 정치나 경제 그리고 문화에까지 바로 이 ‘게임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하는 것에 불편한 감정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른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으로 불리는 경향은 이미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는 일상적인 일이 되어가고 있다.

가장 흔하게 보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가 쉽게 ‘게임화’라는 개념을 접할 수 있는 분야다. 예를 들어 MBC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은 음악 프로그램의 게임화가 극단적으로 이뤄진 경우다.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미 음악을 단순히 들려주고 선보이던 무대를 일종의 게임판으로 만든 장본인이지만, <복면가왕>은 여기에 복면이라는 콘셉트를 넣음으로써 게임화 경향을 강화시켰다. 어떤 면에서는 음악 자체보다 그 복면 뒤의 얼굴에 더 초점을 맞춰지는 게 <복면가왕>이라는 게이미피케이션 음악 프로그램의 진면목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KBS <1박2일>이라는 프로그램도 <6시 내 고향>의 게이미피케이션 버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역의 볼거리, 먹거리를 알리는 방식으로서 복불복이라는 게임의 방식을 취하고 있지 않은가. JTBC <비정상회담>은 토론 프로그램의 게이미피케이션이다. 외국인들을 출연시켜 마치 게임을 하듯이 설전을 벌임으로서 여러 각국 유저들이 참여하는 토론게임 같은 느낌을 만들어낸다.

JTBC <썰전>은 이 방송의 게이미피케이션 경향이 정치라는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처음 이 프로그램은 진보와 보수를 대변하는 인물과 방송인이 삼각테이블에 각각 앉아 특정 의제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어보는” 형식으로 시작했다. 정치적 의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도 있지만 그 안에는 마치 게임 같은 발랄한 장치들이 들어 있었다. 삼각 테이블은 마치 프로게이머들의 대결 장소처럼 만들어졌고, 게임의 끝에는 진 사람의 머리에 박을 때려 깨는 벌칙도 있었다.

물론 이 <썰전>은 출연자를 교체하면서 색깔도 조금 변화했다. 박을 깨는 식의 벌칙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들이 나누는 토론은 때론 내용 그 자체보다 서로 치고 박는 말싸움과 전원책 변호사가 던지는 “단두대를 세우라”는 식의 유행어(?)의 재미가 더 큰 주목을 받을 때가 있다. 즉 <썰전>은 정치라는 대중들이 조금은 무관심을 보이는 소재를 가져와 게이미피케이션을 시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의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대표적 사례로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분석한 ‘촛불집회’의 사례는 흥미롭다. 즉 촛불집회의 실시간 생중계가 방송 리포터가 일종의 아바타가 되어 시청자와 양방향으로 소통하며 이뤄지는 일종의 게임처럼 이뤄짐으로써 더 열기를 띨 수 있었다는 것. 그는 리포터가 전경에 끌려감으로써 게임오버되는 상황이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함으로써 어떤 경우에는 현장에까지 나오게 만들었다고 진술한다. 즉 방송의 게임화 경향이란 능동적 참여로까지 이어지는 몰입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보통 방송이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힘이 빠지기 마련이지만 갈수록 시청률과 관심이 높아지는 <썰전>은 어쩌면 이 게이미피케이션이 현재 쏟아져 나오는 정치적 사안들과 맞물려 더 강도 높은 몰입을 만들고 있다는 반증처럼 보인다. <썰전>을 통해 보여지는 정치의 게임화. 정치적 사안만큼 중요해진 놀이적 성격은 다가오는 대선에 중대한 관건으로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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